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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신원 김정남’ 발표 미룬 채 고민하는 말레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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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신원 김정남’ 발표 미룬 채 고민하는 말레이시아

입력
2017.02.2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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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 스리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왕립 경찰청장이 22일 기자회견 도중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쿠알라룸푸르=AFP 연합뉴스
탄 스리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왕립 경찰청장이 22일 기자회견 도중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쿠알라룸푸르=AFP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 경찰이 22일 기자회견을 갖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여성을 제외한 용의자 8명 모두 북한 국적자임을 밝혔지만, 정작 사건을 종결시킬 열쇠인 시신의 신원확인을 해줄 유족이 나타나지 않고 있어 사건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이로 인해 북한 당국과 말레이시아 정부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김정남 시신의 최종 행선지는 어디가 될지 불확실성이 더해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과학적인 절차와 인력을 동원해” 철저한 부검과 수사를 하겠다고 밝히지만, 피해자 신원을 특정하지 못한 가운데 연일 강하게 반발하는 북한의 입장을 고려하느라 고심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우선 애초 알려졌던 것과 달리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22)이 아직 말레이시아 입국은커녕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고 있어 유족에 의한 ‘정상적인’ 신원확인은 한동안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말레이시아 일간지 메트로는 이날 “김한솔이 특수부대 요원으로 위장해 입국한 후 유전자(DNA) 샘플을 제출했다”고 1면에 보도했고, 중국보(中國報)는 김한솔이 이미 신원을 확인한 뒤 말레이를 떠났다고 전했지만, 당국은 일단 “사실과 다르다”고 한솔의 등장을 부인했다. 정부 발표대로 김한솔이 신변 위협을 우려해 입국하지 않고 몸을 숨긴다면 사건은 영구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탄 스리 경찰청장은 기자회견에서 “유가족을 철저히 보호하겠다”고 나섰다.

북한이 유족을 대신해 시신 신원확인의 난제를 풀어줄 ‘정보’를 자발적으로 말레이시아에 전할 가능성이 전무하다는 점도 진상 규명의 걸림돌이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수사를 위해 북한 측에 잇따라 “시신의 신원을 확인할 유가족을 찾아달라”고 요구하면서 동시에 “김철(김정남의 위조 신분)의 신원을 검증할 DNA 샘플을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김정남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범행의 배후를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아무런 답도 내놓지 않고 있다.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는 이미 말레이의 시신 부검을 반대하고 부검 결과가 나오더라도 ‘한국 정부와 야합한 말레이 정부의 음모와 조작’이라며 부정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최대한 ‘김정남의 부존(不存)’을 오래 끌어간다면 시신은 김철로 남아, 김정은 정권의 책임론은 흐지부지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북한 입장은 바뀔 리가 없다. 탄 스리 경찰청장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신원 확인 등을 위한 협조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유족이 등장하지 않고, 북한이 협조하지 않는 가운데 말레이시아 정부가 제시한 일정 시한 안에 신원 확인을 위한 유전자 정보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김정남의 시신 자체가 어디로 향하게 될지 불투명해진다. 비록 이 기간 동안 부검을 통해 유전자정보와 범행증거, 살인에 사용된 독극물 등의 확보가 가능하겠지만, 만일 ‘외교여권을 지닌 김철’인 상태로 김정남의 시신이 북한으로 향한다면 이 사건은 단지 ‘북한 외교관의 횡사’로 종결될 수도 있다.

수사당국의 고민을 깊게 하는 것은 신원미상의 시신뿐이 아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미 주요 용의자인 리재남 등 4명은 평양으로 귀국한 지 오래다. 말레이시아가 이들의 신병인도를 거듭 요구하지만 북한이 들어줄리 만무하다. 북한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미가입국인데다 말레이시아와 범죄인인도협정도 체결하지 않아 협조를 강제할 방법도 없다. 심지어 말레이시아 국내에 남아있을 것으로 보이는 리지우 등 3명 모두 북한 대사관의 보호를 받고 있을 것이란 관측마저 나온다. 탄 스리 청장은 “수사에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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