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을 계기로 김 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려는 움직임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22일 "김정남 사건을 계기로 ICC가 김정은을 제소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촉구하려 한다"며 "김정남은 상징적인 암살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 대표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 유린을 지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외에서 벌어지는 북한의 테러를 문제 삼는 것도 시급하다"면서 "이한영 씨 등 과거 북한 바깥에서 피해를 본 사람들의 사례를 앞으로 2∼3개월 동안 조사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앞서 강 대표는 13일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C를 방문해 장성택 가족에 가한 반인륜적 범죄와 관련자들에 대한 집단 학살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한 바 있다.
다른 탈북자 단체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해 ICC 제소 문제를 논의하는 탈북자 단체 회의가 22일 진행됐다”면서 “100% 김정은의 소행이라고 확실해질 때까지 수사 결과를 지켜보며 TF를 구성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3월 중반 제소를 목표로 관련 내용을 진행 중이다”고 덧붙였다. 북한 정치범수용소 경비대원 출신인 안명철 NK워치 대표도 3월 1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정치범수용소의 인권 유린 실태를 고발하는 토론회를 주최해 과거 자신의 가해 행위에 대해 직접 증언할 예정이다.
다만 북한은 ICC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탈북자 단체들의 고발에 대해 ICC가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ICC의 토대가 되는 로마규정은 ICC 관할권 요건으로 ▦범죄가 당사국의 영토 내에서 발생한 경우 ▦범죄혐의자가 당사국 국적자인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회원국이 아니더라도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가 ICC 회부를 결의하면 ICC 제소가 가능하지만, 중국의 반대로 여의치 않은 상태다. 강 대표는 “대한민국 헌법에 따르면 영토를 남한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역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북한 주민도 우리 국민이라는 논리를 내세울 예정이다”며 “ICC가 정의를 세우기로 만들어진 법정이라면 세계 최악의 범죄자를 묵과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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