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양의 고위층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언급을 회피했다. 중국 내 북한 접경 지역의 북한인들에게는 피살 사건과 관련해 북한 당국으로부터 엄한 함구령이 내려졌다. 이번 사건을 사실상 김정은 정권이 기획하고 실행했다는 수사 내용이 속속 확인되면서 궁지에 몰린 북한이 내부 입단속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김정남 피살 소식이 알려진 뒤인 16일 북한 광명성절(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을 맞아 방북단의 일원으로 평양 기념행사에 참석한 한 조선족 기업인은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등 고위급 인사를 잇달아 면담했는데, 이들은 김정남이 피살된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며 “여기에 관해 질문을 던지자 ‘그 문제는 이야기하지 말자’고 손사래 쳤다”고 전했다. 김정은의 지시에 의한 독살이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최고위층이 내부적으로 입조심을 하는 모습이다. 조선족 기업인은 “김정은 위원장을 받드는 어투 등으로 미뤄 그가 여전히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는 점을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투숙한 평양의 호텔에서 영국, 미국, 러시아 등 각국 위성 방송을 통해 김정남 피살사건 보도를 접했다”며 평양 내에서도 김정남 피살 소식이 널리 전해지고 있음을 암시했다.
북한 국경 지역인 중국 단둥(丹東)에서 일하는 북한 주재원 및 북한 식당 종업원들에게는 이 사건과 관련해 질문을 받더라도 답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22일 “단둥의 북한 주재원들 가운데 보도를 통해 사건을 접한 사례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이들 중 김정남에 대해 ‘다정한 사람’이라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모두 김정남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그런 사람은 모른다”고 답하도록 상부로부터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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