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0만6300명 역대 최저 수준
인구 자연증가분 12만5300명 뿐
지난해 출생아 수가 대폭 감소하며 잠시 오르는 듯했던 출산율이 또 다시 ‘세계꼴찌’ 수준으로 추락했다. 저출산 대책으로 매년 수조원씩, 지난 10년간 무려 80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고사하고 현상유지조차 못한 셈이다.
22일 통계청의 ‘2016년 출생ㆍ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태어난 아이는 40만6,300명으로, 2015년(43만8,400명)에 비해 7.3%나 급감했다. 이는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출생아 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가장 작은 수치다. 종전까지 연간 출생아 수가 가장 적었던 때는 2005년 43만5,000명이었다. 과거 비공식 통계까지 포함하면 45년 광복 이후 최저 수준으로 평가된다. 인구학자들이 추정하는 일제 강점기 연간 출생아 수가 50만~70만명인 점을 감안할 때 지난해보다 아기 울음소리가 더 적었던 시기를 찾으려면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출생아수 감소에 따라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도 2015년 1.24명에서 지난해 1.17명으로 다시 미끄러져 내렸다. 통상 합계출산율이 1.30명 아래면 초저출산국으로 분류된다. 한국은 2012년(1.30명) 잠시 초저출산국 오명을 벗은 것을 빼면 2002년(1.17명) 이후 계속 초저출산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해도 최하위인 포르투갈(2014년 기준 1.23명)보다 낮다. 출산율이 낮은 선진국이 OECD에 몰려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사실상 세계 최하위로 봐도 무방하다. 현재의 인구 규모를 유지하려면 합계출산율이 2.10명은 넘어야 한다.
17개 시도별로 합계출산율을 보면 세종(1.82명) 전남(1.47명) 제주(1.43명)가 상대적으로 높았고, 서울(0.92명)과 부산(1.10명)은 낮았다. 세종의 출산율이 높은 것은 중앙부처 공무원이 몰려 있어 삶의 질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고, 연령 구조상 주출산 연령인 20ㆍ30대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렇게 아기 울음 소리는 줄어든 반면 곡소리는 늘었다. 고령화 기조가 굳어져 노년층 인구의 절대 규모가 커지며 지난해 사망자 수(28만1,000명)는 사망원인 통계를 처음 작성한 83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출생자에서 사망자를 뺀 인구 자연증가분은 12만5,300명에 그쳤다. 이 역시 통계작성(70년) 이후 최소치다.
특히 결혼이 늦어지는 만혼(晩婚) 등의 영향으로 초산 연령도 점점 높아져 지난해 아이를 낳은 여성의 26.3%는 35세 이상 산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정부가 지난 10년간 저출산 대책에 총 80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출산율은 좀처럼 올라가지 않고 있다는 데에 있다. 전문가들은 출산ㆍ육아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정책만 양산하는 근시안적 대책을 되풀이할 게 아니라 소득ㆍ일자리ㆍ노동시간 등 개인과 가족의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중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대책기획단장은 “국내 출산 정책의 80%가 보육에 집중돼 있는데, 부모의 근로시간 등 다른 사회적 요인과 연계시켜야만 정책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며 “일자리 때문에 결혼을 미루고 있는 청년층 고용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고서는 출산율을 근본적으로 높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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