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의 아마추어 축구 팀 서턴 유나이티드의 동화 같은 스토리가 막을 내린 지 하루도 안 돼 도박 의혹에 휩싸였다.
영국 BBC는 22일(한국시간) “서턴의 후보 골키퍼 웨인 쇼(46)가 경기 도중 파이를 먹었다가 도박 연루설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쇼는 21일 아스날과 FA컵 16강에서 후반 38분 벤치에서 파이를 먹었고 이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당시는 서턴이 교체 카드를 다 써 쇼의 투입 가능성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 모습을 본 많은 팬들이 그의 인간적인(?) 모습에 즐거워해 쇼는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내셔널리그(5부 리그) 소속인 서턴은 이날 프리미어리그 아스날을 맞아 선전했지만 0-2로 무릎을 꿇었다. 패배에도 불구하고 서턴 선수들 대부분이 생계 유지를 위해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등 열악한 환경을 딛고 FA컵 16강까지 오른 이야기는 많은 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하지만 서턴을 후원하는 한 도박업체가 쇼가 경기 중 고기 파이를 먹으면 건 돈의 8배를 주는 내기를 내걸었다는 점이 드러났다. 더구나 쇼도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쇼는 B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프로선수처럼 도박에 관여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단지 그저 재미였고 그 순간 배가 고팠을 뿐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영국 도박산업 규제기구인 도박위원회와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단호했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곧바로 조사에 착수했다. 결국 쇼가 팀을 떠나기로 했다.
폴 도스웰 서턴 감독은 BBC라디오를 통해 “재미였든 뭐든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쇼가 팀을 나가겠다고 밝혀왔다. 클럽은 이번 사건에 신속하게 대처해야 했다”며 “아름다운 스토리가 이렇게 마무리돼 안타깝다”고 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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