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리정철은 현지책임자
김정남 피살사건과 관련된 북한 국적 용의자 5명이 전부 공작원이며 유일하게 체포된 리정철(47)은 북한 해외공작 총괄기구인 정찰총국 소속으로 말레이시아에서 장기체류하며 준비한 현지책임자로 알려지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21일 북한정세에 정통한 한국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면서 리정철이 말레이시아에 남은 채 해외로 도주하지 않은 것은 정황상 장기체류자가 해외로 피신하면 북한의 범행이라는 의심을 들게 할 것이라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김정남 암살 범행 직후 국외로 도주한 북한 국적 남성 4명 모두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이라면서 그 중 오종길(55)ㆍ리재남(57)은 나머지 인물과 격이 다른 간부급으로 암살상황을 끝까지 지켜보고 확인하는 역할을 맡은 최종책임자였다고 지목했다.
오종길과 리재남은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 도착한 지난 6일을 전후로 1일과 7일 각각 말레이시아에 입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소식통은 리정철·오종길·리재남 이외에 2명인 리지현(33)·홍송학(34)의 경우, 베트남여권 소지자인 도안 티 흐엉(29)과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25) 등 여성용의자 2명의 공격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한 예비공격요원으로 파견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에선 리정철과 도주한 4명 중 조선노동당에서 주로 대남공작을 담당하는 통일전선부소속 인원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들 북한 국적자 4명 중 1명이 말레이시아를 떠나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고 제3국에 잠복해있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지지(時事)통신은 사건 관련자의 발언을 인용해 “한국 정보기관이 파악한 정보로는 4명 가운데 3명은 평양으로 돌아갔지만, 오종길(55)의 소재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통신은 또 오종길이 말레이시아를 떠난 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경유해 태국 방콕으로 갔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태국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지만 입국자 기록에서 오종길의 이름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가명을 사용해 태국에 입국했다고 해도 이미 라오스나 캄보디아로 건너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NHK도 인도네시아 입국관리당국이 용의자 4명중 1명은 자카르타에서 태국 방콕으로 향했다고 말했다며 용의자들이 수사를 교란시키기 위해 복잡한 루트로 귀국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전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