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유치원 운영비로 명품가방 사고, 유흥주점 가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유치원 운영비로 명품가방 사고, 유흥주점 가고…

입력
2017.02.21 17:09
0 0
사립유치원 설립자이자 원장인 A씨가 명품가방(250만원)과 지갑(36만원)을 구입한 영수증과 지출결의서. A씨는 2014년 3월~2016년 2월까지 교직원 선물 구입명목으로 5,000만원을 썼다.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 제공
사립유치원 설립자이자 원장인 A씨가 명품가방(250만원)과 지갑(36만원)을 구입한 영수증과 지출결의서. A씨는 2014년 3월~2016년 2월까지 교직원 선물 구입명목으로 5,000만원을 썼다.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 제공

430명의 유아가 다니는 사립유치원의 설립자이자 원장인 A씨에게 유치원 운영비는 자신의 쌈짓돈이었다. 2014년부터 두 아들의 대학 등록금과 학원비(3,900만원)를 냈고, 개인 자동차 할부금(2,500만원) 명품가방(250만원), 노래방비 등 개인카드 사용액(3,000만원)도 모두 운영비로 냈다. 체육 태권도 발레 등 방과후활동 교사의 인건비(1억5,000만원)와 식재료 등 각종 물품구입비(5억4,000만원)도 교사나 업체가 아닌 원장 통장으로 들어갔다.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은 A씨는 자신의 급여로 4억원을 챙겼고, 고령의 모친을 조리보조원, 아들을 사무보조원으로 채용한 것처럼 꾸며 3,600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갖은 방법을 동원해 A씨가 2014년부터 2년 반 동안 부당하게 쓴 돈은 11억1,000만원에 이른다.

사립유치원 여러 개를 운영하며 ‘기업형’으로 돈을 빼돌리기도 한다. 경기도에서 사립유치원과 어학원을 함께 운영하는 설립자 B씨는 영어교육비는 물론 영어수업과 상관없는 도예ㆍ요리교육비, 수영장 보수비 등의 명목으로 유치원 운영자금 20억6,000만원을 어학원 계좌로 빼돌렸다. 운영자금을 자신의 외제차 3대 보험료와 사학연금 납부, 2,500만원 상당 도자기 구입에 쓰기도 했다. 자신이 설립한 다른 유치원 계좌로 2억5,000만원을 보내는 등 계약서 영수증 등 증빙이 전혀 없는 지출도 16억5,000만원에 달했다. B씨의 유치원 3곳에서 적발된 사적 사용, 부당 집행 금액은 93억원에 달한다.

연간 12조원이 넘는 정부 지원금을 받는 사립유치원과 민간어린이집의 극심한 재정 비리 실태가 드러났다. 국무조정실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은 지난해 10월~올해 1월 유치원ㆍ어린이집이 많은 9개 지역(8개 특별ㆍ광역시, 경기도)의 대규모 유치원과 어린이집 95곳을 점검한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점검결과, 4곳을 뺀 91곳(유치원 54개, 어린이집 37개)이 609건을 위반했으며 부당하게 사용한 금액은 205억원에 달했다. 한 곳당 2억원이 넘는다.

운영비 부당 사용 유형은 사적 사용, 무증빙, 위장거래 등이 13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친인척 해외여행경비, 자녀 학비, 유흥주점 이용료 등을 운영비로 낸 것이다. 각종 물품 구매와 공사 등 용역계약은 계약서 등 증빙자료가 있어야 하는데도 아예 자료가 없거나 허위 자료로 구매를 위장한 경우도 많았다.

가족들끼리 기업형으로 여러 시설을 운영하며 부당하게 사용한 돈도 55억원이나 됐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여러 개를 운영하면서 자녀ㆍ배우자 등의 명의로 페이퍼컴퍼니를 차려 교구ㆍ교재ㆍ식재료 등을 시중보다 고가로 계약해 부당이익을 챙기는 식이다. 근무하지도 않는 친인척을 직원으로 채용해 고액 급여를 준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정부합동반은 “적발된 시설 중 8곳을 수사의뢰ㆍ고발하고, 탈루 의심 시설 19곳을 세무서에 통보했으며, 그 외 부당 사용액 환수 등 행정처분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 지원금과 부모들이 낸 돈이 설립자ㆍ원장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은 국ㆍ공립과 달리 사립유치원과 민간어린이집은 수입 지출을 투명하게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9월부터 운영자금의 출처, 사용처를 명확히 하도록 재무회계규칙을 개선하는 한편, 정부 지원금 부당사용 시 재정지원에서 배제하는 등 처벌규정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A씨가 물품 구입, 용역계약, 식자재 구입비 등의 증빙으로 첨부한 세금계산서를 조회한 결과 허위서류로 확인됐다. A씨의 부당사용 금액 중 증빙이 없거나 허위 증빙으로 거래한 것만 3억원에 달한다.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 제공
A씨가 물품 구입, 용역계약, 식자재 구입비 등의 증빙으로 첨부한 세금계산서를 조회한 결과 허위서류로 확인됐다. A씨의 부당사용 금액 중 증빙이 없거나 허위 증빙으로 거래한 것만 3억원에 달한다.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 제공
A씨가 물품 구입, 용역계약, 식자재 구입비 등의 증빙으로 첨부한 세금계산서를 조회한 결과 허위서류로 확인됐다. A씨의 부당사용 금액 중 증빙이 없거나 허위 증빙으로 거래한 것만 3억원에 달한다.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 제공
A씨가 물품 구입, 용역계약, 식자재 구입비 등의 증빙으로 첨부한 세금계산서를 조회한 결과 허위서류로 확인됐다. A씨의 부당사용 금액 중 증빙이 없거나 허위 증빙으로 거래한 것만 3억원에 달한다.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 제공
식중독 원인규명을 위해 끼니 때마다 1회 분량의 보존식을 보관해야 하는데, 한 어린이집은 밀폐되지 않는 용기에 보존식을 보관하다 적발됐다. 보존식은 영하 18도 이하로 냉동해 144시간동안 밀폐용기에 보관해야 한다.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 제공
식중독 원인규명을 위해 끼니 때마다 1회 분량의 보존식을 보관해야 하는데, 한 어린이집은 밀폐되지 않는 용기에 보존식을 보관하다 적발됐다. 보존식은 영하 18도 이하로 냉동해 144시간동안 밀폐용기에 보관해야 한다.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 제공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