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제재 속 숨구멍 역할 태국 등
“안하무인…용납할 수 없어” 급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이복형 김정남 피살사건으로 동남아 국가들이 북한에 공분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의 전방위 제재 속에 유일한 숨구멍 역할을 해왔던 동남아 국가들까지 북한에 등을 돌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동남아 국가들은 21일(현지시간) 북한을 향해 쌓였던 분노를 한꺼번에 표출했다. 태국 일간지 방콕 포스트는 이날 ‘용납할 수 없는 북한’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북한 공작원들이 다시 한번 동남아에서 긴장과 분노를 유발했다”고 비난했다. 신문은 “김씨 왕조의 형제, 왕족 살해라는 범죄가 평양을 벗어나 해외까지 뻗치면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이 그 뒤처리를 해야 할 판”이라며 “태국과 아세안이 일말의 법치도 거부하는 북한에 조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말레이시아 일간 뉴스트레이츠타임스도 이날 ‘말레이의 주권과 법을 존중해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북한의 안하무인격 행보를 용납해선 안 된다”며 “말레이시아가 북한과 수교한 얼마 되지 않은 국가 중 하나라는 사실이 계속 무시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과 동남아 국가들은 40년 넘게 밀월관계를 지속해왔다는 점에서 동남아 국가들의 이번 반응은 이례적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동남아는 핵무기 개발에 따른 국제 제재로 고립무원 처지에 있던 북한에 숨구멍 같은 지역이었다”고 전했다. 실제 북한은 자국에 우호적인 동남아를 해외거점으로 삼아 외화벌이 활동을 벌여왔다. 북한 최고 예술가 단체인 만수대창작사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사원 옆에 박물관을 건설해 북한 미술 작품을 판매하고 있고, 옥류관 등 북한 대표 음식점들도 동남아 일대에서 성업 중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동남아 국가들의 정서가 급변하고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더욱이 북한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국민들을 이번 암살작전에 동원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비자면제협정 파기 등 북한과의 외교관계 재검토 요구에 이어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서도 추가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말레이시아 언론 더 스타는 “인도네시아 경찰도 북한 간첩 활동의 온상으로 지목된 자카르타 중심부의 북한 식당을 조사하기로 했다”며 “동남아 국가들의 분노가 행동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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