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 최종변론에 출석하는 방안을 놓고 막판 고심 중이라고 한다. 헌법재판소는 22일까지 출석 여부를 밝히라고 통보하면서 “변론 종결 뒤에는 대통령이 출석해도 변론을 재개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헌재가 대통령 출석이 재판 지연의 빌미가 될 여지를 좁히자 고민이 더욱 깊어진 모양이다.
박 대통령 측은 애초에 탄핵 심판정에서 별도의 신문을 받지 않고 최후진술 형태로 대국민 메시지를 전하는 방안을 상정해 왔다. 하지만 헌재가 “소추위원 측과 재판관들의 신문을 받아야 한다”고 하자 적잖게 당황하고 있다고 한다. 신문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답변을 잘못할 경우 최후변론 효과가 반감되는 것을 꺼리는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억울하게 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재판정에 나와 당당하게 밝히면 될 일이지 유불리를 따진다는 게 구차스러워 보인다.
대통령 측은 헌재가 이유 없는 지연 시도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는데도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듯하다. 대통령 출석을 전제로 따로 기일을 잡아 주거나 질문을 일문일답이 아닌 방식으로 해 달라는 요청을 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마지막 수단으로 대리인단 전원 사퇴 카드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들린다. 자신들의 무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헌법기관인 헌재를 공격하고 흔들려는 반헌법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자진해서 받겠다고 했던 특검 조사에도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조사 일정이 공개됐다는 터무니없는 이유로 거부하더니 그 후에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협의에 미온적이다. ‘피의자 신분’의 조사는 못 받겠다든지, 장시간 조사는 곤란하다는 등의 이유를 든다고 한다.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조사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국정농단 사태는 헌정 질서를 훼손하고 국가를 혼란에 빠뜨린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지금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명명백백한 진상규명이다. 박 대통령은 신년 초 기자간담회와 인터넷TV와의 인터뷰 등 일방적으로 짜놓은 채널을 통해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헌재의 탄핵열차는 종착역을 앞두고 있고, 특검도 연장이 되지 않으면 수사 종료까지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진실을 밝힐 시간도 숨가쁘게 지나가고 있다. 대통령으로서 끝까지 책무를 다하려면 헌재에 아무 조건 없이 출석해 신문에 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특검 조사라도 순순히 받아 마땅하다. 헌재든 특검이든 역사에 공식적인 기록은 남겨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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