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ㆍ직무유기 혐의
22일 새벽 구속 여부 결정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구속 영장을 두고서 ‘껄끄러운 상대’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 측과 한판 승부를 벌였다. 김기춘(7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이어 현 정권 실세이자 법률 전문가인 우 전 수석과 5시간 넘게 치열한 법정 공방을 펼쳤다.
특검은 21일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우 전 수석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에서 정예 요원들을 투입했다. 우 전 수석 수사 파트를 이끈 이용복(56ㆍ사법연수원 18기) 특검보가 직접 나서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수사 담당 양석조(44ㆍ29기) 부장검사와 김태은(45ㆍ31기) 부부장 검사와 이복현(45ㆍ32기) 검사 등 우 전 수석의 검찰 후배들이 권력에 취해 월권 행위를 일삼았다고 판단되는 선배를 향해 칼날을 세웠다. 우 전 수석은 맞춤형 ‘전관’(前官)을 앞세워 방어진을 쳤다. 그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지낸 위현석(51ㆍ22기) 변호사를 대동했다.
특검은 40쪽 넘는 방대한 범죄사실을 기재한 구속영장으로 우 전 수석 측을 향해 화력을 퍼부었다. 특히 우 전 수석에게 적용된 4개 혐의 가운데 그가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으로서 직권을 남용했단 대목들을 소명하는 데 집중했다. 직권 남용 관련 범죄사실이 많은 데다 관련자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수집됐기 때문이다. 최씨의 국정농단을 묵인ㆍ방조한 혐의(직무유기)는 정황을 알고도 고의로 덮었단 사실을 입증하기가 상당히 어려워 구속 수사로 매듭지을 과제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이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국ㆍ과장급 5명이 ‘좌천성 인사’를 당하도록 외압을 넣고, 2014년 CJ E&M을 털라는 청와대 지시를 어겼단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 간부를 강제 퇴직하도록 힘 쓴 정황 등을 들어 압박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법무부의 단체관광객 비자발급 수수료 면제조치 연장에 대해 사전협의를 요청한 외교부 인사를 좌천시켰다는 점도 포함됐다. 아울러 미르ㆍK스포츠재단 비위를 내사하던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내사를 방해하고, 이후 감찰관실 와해를 주도한 혐의(특별감찰관법 위반)도 있다. 우 전 수석이 민간기업인 한국인삼공사의 박정욱 대표에 대한 인사검증까지 한 불법 민간인 사찰 대목까지 법정에서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우 전 수석 측은 “민정수석의 정당한 업무 권한과 범위에서 이뤄진 일이거나 개입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맞섰다고 한다.
앞서 우 전 수석은 이날 오전 특검을 거쳐 법원에 영장심사를 받으러 출석하면서 최순실(61)씨를 알지 않았느냐는 취재진에 거듭 “모른다”고만 했다. 반면, 같은 날 최철 전 문체부 장관 보좌관은 최씨의 형사재판에서 “우 전 수석이 최씨와 친분이 있다는 얘기를 고영태로부터 들었다”고 증언했다.
우 전 수석은 ‘국정농단 묵인ㆍ방조를 인정하냐’는 질문 등에 답하지 않다가 ‘구속 전 마지막 인터뷰일 수도 있는데 한마디 하라’는 말을 한 기자를 노려보기도 했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3시 50분쯤까지 5시간 20분 가량 영장심사를 받고서 아무런 말 없이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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