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서는 ‘모음조화’(양성모음은 양성모음끼리, 음성모음은 음성모음끼리 어울리는 현상)가 넓은 범위에서 규칙적으로 실현되었다. 예를 들면, 명사가 어떤 모음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을’(ᄠᅳ들←ᄠᅳᆮ+을)이 붙기도 하고 ‘ᄋᆞᆯ’(소ᄂᆞᆯ←손+ᄋᆞᆯ)이 붙기도 하는 식이었다. 심지어 ‘나모(나무), 하ᄂᆞᆯ(하늘)’처럼 어휘 내부적으로도 모음조화가 적용된 사례도 많다. 그런데 현대로 올수록 모음조화가 흐트러지게 되는데, ‘ㆍ’(아래아)가 소실되면서 양성과 음성의 대립 체계가 무너지게 된 것이 주요 원인이다. 다만, 흉내말에서는 여전히 모음조화가 잘 유지되고 있다. ‘알록달록-얼룩덜룩’, ‘잘까닥-절꺼덕’, ‘졸졸-줄줄’처럼 모음조화를 활용해서 말맛을 구분하고 있는 것이다.
어미 ‘-어/-아’의 표기도 모음조화와 관련이 깊다. ‘겪어, 베어, 쉬어, 저어, 쥐어’처럼 어간 끝음절의 모음이 음성일 때와 ‘피어, 그어, 희어’처럼 중성일 때에는 ‘-어’가 선택된다. 어간 끝음절의 모음이 양성인 경우에는 조금 복잡하다. ‘잡아, 보아, 얇아’처럼 어간 끝음절의 모음이 ‘ㅏ, ㅑ, ㅗ’일 때는 ‘-아’가 선택된다. 반면에 어간 끝음절의 모음이 ‘ㅐ, ㅚ’일 때는 ‘개어, 되어’처럼 ‘-어’가 선택된다. ‘ㅐ’와 ‘ㅚ’가 옛날에는 중성모음 계열에 속하는 소리였던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본말 ‘빼앗다’는 ‘빼앗았다, 빼앗아라’로 활용되고, 준말 ‘뺏다’는 ‘뺏었다, 뺏어라’로 활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같애, 바래’가 아니라 ‘같아, 바라’로 적어야 하며, ‘(배낭을) 메다’건 ‘(끈을) 매다’건 모두 ‘메어, 매어’와 같이 적어야 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