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 사건이 말레이시아와 북한 간 외교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말레이시아에서 북한과의 무비자 협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1일 말레이시아 국제정치 전문가인 무하마드 푸아드 오스만 북부말레이시아대 교수는 말레이시아 매체인 뉴스트레이츠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자국의 안보를 우려하면 이 같이 주장했다. 그는 “말레이시아는 인신매매와 마약밀매에 연루된 국가 명단에 이름이 오른 데 이어 암살에 적합한 장소라는 평가까지 받게 될 상황”이라며 “시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데 연간 수백만명의 방문객을 받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스티븐 윙 말레이시아 국제전략연구소(ISIS) 부소장은 경찰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 무비자 협정을 재검토하는 것은 이르다면서도 “만약 북한 정부가 암살을 주도했고 북한 공작원이 개입한 사실이 확인되면 양국 국민의 이동 문제뿐 아니라 북한과의 외교 관계가 전반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사건으로 양국 간 비정부 교류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축구연맹(FAM)은 다음달 28일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북한과의 차기 아시안컵 예선전 경기 장소를 제3국으로 변경해달라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측에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미딘 모흐드 아민 FAM 사무총장은 “평양에서의 경기가 안전하지 못하다고 판단, 거기서 경기해도 될 지 정부의 조언을 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국 간의 갈등은 부검, 시신 인도 등을 둘러싸고 북한이 말레이시아를 압박, 비난하면서 불거졌다.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전날 성명을 내고 김정남 피살 사건의 배후에 한국 정부가 있다는 북한 측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외교부는 성명에서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의 주장은 망상과 거짓말, 반쪽짜리 진실”이라며 “말레이시아 경찰은 공정하게 수사를 진행했고 이는 말레이시아 법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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