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평균의 10배 넘는 갑상선암 수술 줄여야

‘초음파 검사로 확인된 갑상선 결절(혹)이 지름 1㎝이상일 때 세침흡인세포검사(FNAC)하고, 그 결과 암으로 진단되면 수술하라’는 최근 대한갑상선학회 권고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갑상선암 수술이 과다하다는 지적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갑상선. 게티이미지뱅크
한 대학병원 의료진이 갑상선암 치료를 위해 갑상선을 모두 잘라내는 갑상선 전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우리나라는 유래없는 기형적인 갑상선암 증가로 논란을 빚었다. 하지만 갑상선암 과잉 진단ㆍ치료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갑상선암 환자수는 2011년 약 4만 명으로 10만 명당 81명꼴이었는데, 세계 평균의 10배 이상이었다. 때문에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모든 암 가운데 갑상선암이 가장 많다는 ‘오명’을 쓰게 됐다.

대한갑상선학회(이사장 김원배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지난해 11월 완화된 ‘새 갑상선암 진료 권고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여전히 병원에서는 과잉 진단ㆍ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한 갑상선센터 전문의는 “아직 새 갑상선암 진료 권고안이 알려지지 않아 병원에서 1㎝ 미만의 갑상선 결절(혹)을 수술하라고 권하는 경우가 70%나 된다”고 했다. 신상원 고대안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아직도 갑상선암 진단이 어처구니없이 많은 상황이어서 갑상선암 수술을 더 줄여야 한다”고 했다.

“1㎝ 이상 갑상선암만 수술해야”

대한갑상선학회는 지난해 11월 ‘2016년 대한갑상선학회 갑상선결절 및 암 진료 권고안 개정안’을 마련했다. 새 진료 권고안은 ‘초음파 검사로 확인된 갑상선 결절이 지름 1㎝이상일 때 세침흡인세포검사(FNAC)를 한다. 검사 결과, 암으로 진단되면 수술하라’는 게 골자다.

다만, 결절이 0.5~1㎝이라도 필요하다면(즉시 수술해야 하는 진행암 의심 소견이 있거나, 임상적 위험인자, 환자 선호도ㆍ상태 등) 세침흡인세포검사를 하고, 암으로 진단되면 수술을 하거나 6개월~1년에 한 번씩 정기 검진하라’고 했다. 또한, ‘수술하더라도 갑상선 한쪽 옆만 제거하는 갑상선 반(半)절제술을 선호하고, 림프절 전이암은 예방적인 림프절 절제를 피하고 절제 범위도 최소화하라’고 권고했다.

2010년에 마련된 기존 진료 권고안은 초음파 검사에서 갑상선 결절이 0.5㎝ 이상이라면 세침흡인세포검사를 추가로 하고, 암으로 진단되면 갑상선 양쪽 엽(葉ㆍ좌엽, 우엽)을 모두 잘라내라(갑상선 전(全)절제술)는 내용이었다. 새 진료 권고안은 갑상선암 과잉 진단ㆍ치료 논란이 거세지자 0.5~1㎝인 작은 갑상선암(갑상선미세유두암)의 경우 전이됐거나 주변으로 침범하지 않았다면 작은 갑상선암은 수술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관찰(surveillance)하라는 쪽으로 완화한 것이다. 우리나라 갑상선암의 97%정도가 비교적 천천히 자라고 치료가 잘되는 ‘거북이암’인 갑상선 유두암이기 때문이다. 유두암으로 명명된 것은 암세포가 볼록볼록하게 배열돼 마치 젖꼭지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2015년 미국갑상선학회 진료 권고안 안내서를 낸 하정훈 땡큐서울이비인후과 원장(전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은 “세침흡인세포검사를 시행하는 기준을 0.5㎝에서 1㎝로 상향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물론 1㎝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며 더 좋은 기준이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하 원장은 “작은 갑상선암(갑상선미세유두암)은 대부분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지만 방치하면 자칫 림프절로 심각히 전이되거나(림프절 전이암) 치료해도 6개월에서 1년 정도 밖에 살지 못하는 갑상선미분화암(역형성암)으로 변질돼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며 “건강검진으로 발견한 작은 갑상선암은 수술을 급히 결정하지 말고, 정기적으로 관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수술은 되도록 절반만 잘라야”

1㎝ 미만의 작은 갑상선암(갑상선미세유두암)이 커지거나 전이되면 수술해야 한다. 갑상선미세유두암 환자 100명당 2~8명 정도가 암이 커져 수술하게 된다. 5명 정도는 목 림프절에 전이가 생기는데 이때는 반드시 수술해야 한다.

수술은 크게 3가지다. 갑상선 양쪽 엽을 모두 제거하는 갑상선 전절제술(전절제)과 갑상선 엽 한쪽만 없애는 갑상선 엽절제술(갑상선 반절제술, 혹은 반절제), 매우 드물지만 협부에만 국한된 작은 결절이 있다면 협부만 제거하는 갑상선 협부절제술 등이다. 수술은 대개 2박3일 일정으로 한다.

갑상선을 절반 가량 없애는 반절제 수술을 시행하면 남아 있는 갑상선이 대부분 제 기능을 하게 마련이다. 반절제 수술 후 갑상선 기능이 떨어진 환자는 20%정도였고, 갑상선호르몬제를 꼭 먹어야 하는 환자는 10%정도에 불과했다. 하 원장은 “1㎝ 미만의 작은 갑상선암을 진단ㆍ수술하는 것에 논란이 있지만 수술한다면 반절제 수술을 권한다”며 “재발률이 낮고, 재발 후 적극적으로 치료해도 늦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2015년 미국갑상선학회 가이드라인에는 1㎝ 이내 갑상선 결절은 검사를 권하지 않지만, 수술한다면 반드시 반절제 수술을 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반절제 수술을 받았을 때에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 같은 추가 치료를 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만 하면 된다. 심각한 상태가 아니므로 막연히 두려워할 필요가 없고, 소홀했던 건강을 돌아 보고 관리하는 계기를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

갑상선암이 림프절로 전이됐거나 주변으로 침범해 암이 악화된 환자는 여전히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대부분 갑상선 전절제술과 함께 림프절 절제술을 하게 된다. 이때는 수술 후 갑상선호르몬제(씬지로이드)를 먹어야 한다. 부족해진 갑상선호르몬을 보충하고, 암 재발을 막기 위해서다.

갑상선암 수술 후 재발 위험이 큰 수술 환자에게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를 한다. 방사선이 나오도록 조작된 요오드를 캡슐에 넣고 먹는 치료다. 갑상선 절제술 후 남아 있는 갑상선 조직ㆍ미세잔존암ㆍ전이암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갑상선암 수술을 하면 목 부위 불편감이나 목소리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수술 후 목ㆍ어깨ㆍ팔 부위의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마사지를 하면 이런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 목소리가 변했다면 이비인후과에서 후두내시경으로 성대 신경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음성치료, 성대주입술 등을 빨리 시행하면 회복에 도움 된다.

갑상선암 수술 후 임신과 모유 수유도 가능하다. 최준영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수술 받고, 갑상선호르몬을 먹을 때나 방사성 요오드 치료 받을 때에도 치료 1년 후에는 임신, 출산, 모유 수유를 모두 할 수 있다”며 “다만 임신 중에는 갑상선호르몬 필요량이 증가하므로 갑상선기능검사 후 용량 조절이 필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요오드가 많은 음식>

<자료: ‘갑상선암 두려움 없이 맞서기’(와이비스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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