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치구가 상위 20위 대부분
특별ㆍ광역시 평사 순위 낮은
부산ㆍ대구ㆍ대전ㆍ광주 하나도 없어
특별ㆍ광역시에 소속된 자치구는 본청에서 위임한 업무와 자치사무를 처리하는 기초자치단체다. 주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한다. 군(軍)으로 치면 야전부대인 셈이다. 따라서 자치구 경쟁력은 야전사령관 격인 자치단체장 능력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재정력이 탄탄한 자치구가 경쟁력에서 비교 우위를 점하는 게 일반적인 현실이긴 하나, 단체장 역량과 의지에 따라 해당 자치구의 명운이 얼마든지 바뀔 수도 있다. 전국 69개 자치구 경쟁력 평가 결과는 이런 사실을 여실히 방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평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서울 지역 자치구가 대부분인 상위 20위권 가운데 비(非)서울 자치구가 울산 북구(7위)와 울산 남구(10위), 인천 연수구(12위), 인천 중구(19위) 등 4곳이나 된다는 것이다. 특히 울산 남구와 울산 북구는 재정력이 서울 자치구에 비해 뒤졌음에도 행정서비스 부문에서 이들을 제치고 각각 1위와 3위를 기록했다. 세부 평가지표인 생활경제와 문화관광, 사회복지, 안전관리 분야에서 단체장의 리더십 역량이 돋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정력 20위인 인천 중구도 행정서비스 생활경제(3위)와 문화관광(4위) 분야에서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이를 놓고 평가단은 “인천 차이나타운 관광특구 지정과 관광섬 개발, 구도심 활성화 정책 등 자치단체장의 적극적인 행정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며 “향후 사회복지와 안전관리 분야에서 개선이 이뤄지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된 주민 평판도도 대폭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반면 재정력이 탄탄한데도 행정서비스 경쟁력은 뒤쳐지는 자치구도 적지 않았다. 서울 동대문구는 재정력이 4위에 올랐지만 행정서비스 평가에선 중하위권에 그쳤다. 재정력이 9위를 기록한 서울 영등포구도 행정서비스 부문에선 중위권에 머물렀다. “돈만 많고 행정서비스의 질은 낮다”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결과는 주민들의 자치역량 평판도와 행정서비스 만족도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서울 동대문구는 단체장 등 평판도와 행정서비스 만족도가 하위권을 기록했다. 이는 행정서비스 수준이 높은 서울 강남구(2위)와 성동구(4위)가 자치역량 평판도 또한 1위와 15위로 높게 나온 것과 극명히 비교된다.
상위 20위권 자치구들이 특별ㆍ광역시 평가에서 종합 1위(서울시)와 2위(울산시), 3위(인천시)를 기록한 지자체 소속이라는 점도 유의미한 결과다.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은 종합 순위가 낮다 보니 소속 자치구 순위도 상위권에 진입하지 못한 것이다.
평가위원인 명승환 교수(인하대 행정학과)는 “자치구는 광역시에서 재정 일부를 지원받는 데다, 단체장의 소속 정당도 특별ㆍ광역시 단체장과 같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치ㆍ재정면에서 공동운명체 성격을 갖기 마련”이라며 “이처럼 특별ㆍ광역시와 소속 자치구 사이에 형성된 동질감이 이번 평가 결과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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