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성에 육아는 더 큰 부담
지난해 경제활동 22.4% 불과
남성과 격차 점점 벌어져
월급도 102만원… 남성의 절반
청각장애 4급의 김모(46)씨는 대학 시절에 사무 보조 아르바이트, 졸업 뒤에는 가구 판매원으로 일하는 등 왕성한 경제활동을 했다. 하지만 1998년 결혼 뒤 아이를 낳고부터 회사생활을 접었다. 아이와의 소통 문제 등 비장애인보다 육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해 일ㆍ가정 양립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한 뒤 재취업을 준비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어릴 때 어깨너머로 배운 조선소 용접일까지 고려했다”며 “수 차례 시도 끝에 병원 약국에서 간신히 시간제로 사무 보조 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과 육아의 양립은 대한민국 모든 여성들에게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장애인 여성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20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의 ‘2016년 장애인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15세 이상 남성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0.3%지만 여성은 이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2.4%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격차가 27.9%포인트에 달한다.
이는 전체 인구(장애인+비장애인)에서 남성(74.3%)과 여성(52.7%)의 경제활동참가율 격차인 21.6%포인트보다도 6.3%포인트 높다. 특히, 장애인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전년에 비해 1.6%포인트 증가한 반면, 여성은 0.2%포인트 감소하는 등 격차는 더 벌어지는 추세다. 경제활동참가율은 15세 이상 인구 중 일자리를 가지고 있거나(취업자) 가지려고 노력한 이들(실업자)을 합한 경제활동인구의 비율을 의미한다.
장애인의 경우 남녀 격차가 더 큰 배경에는 신체적 장애로 인해 육아가 훨씬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는 “비장애인에 비해 아이를 돌보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요하는 장애인 여성은 경력이 단절될 확률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며 “때문에 아이가 큰 뒤 다시 취업 전선에 뛰어들더라도 경력과 무관한 시간제 일자리 등 질 낮은 일자리를 얻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용의 질적 측면에서도 장애인 여성은 남성보다 열악한 처지에 있었다. 남성 장애인 임금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57.4%였으나 여성은 72.2%로 15%포인트 가량 높게 나타났다. 장애인 여성 임금 근로자의 최근 3개월간 월평균 임금 역시 102만2,000원으로 남성(190만8,000원)의 절반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었다. 공단 관계자는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초과한 사업주 중 여성장애인을 고용한 사업주에게 남성장애인을 고용할 때보다 월 10만~20만원 이상의 추가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실제 여성장애인 일자리를 늘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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