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에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안종범 수첩’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넘어간 경위가 공개됐다.
안종범(5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전 보좌관 김건훈씨는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국정농단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특검이 수첩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 같아 부담감을 벗고자 제출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지난해 11권을 압수했을 때 더 소지하고 있는 게 없다고 해놓고 특검에 제출했냐”고 추궁하자 이같이 답했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해 김씨 집에서 안 전 수석의 수첩 6권을 압수했으며, 이후 김씨로부터 11권을 추가 제출 받았다. 당시 김씨는 특별수사본부에 ‘이외에 더 이상 수첩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최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게 나머지 수첩 39권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안 전 수석 측 변호인은 6일 “특검 수사과정에서 검사들은 안 전 수석에게 ‘김건훈을 구속시키겠다’는 발언을 자주했고, 김씨 또한 구속영장 청구 등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라며 수첩 39권의 증거능력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하기도 했다.
김씨는 미르ㆍK스포츠재단 관계자에게 재단 설립에 청와대가 개입하지 않았다는 허위 진술을 지시한 까닭이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회의 발언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대통령이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재단 설립을 자발적으로 했고 기업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런 대응 기조를 재단 관계자에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대통령 발언 출처를 묻자 김씨는 “대통령이 말씀하시면 요지를 올려놓아 확인할 수 있는 청와대 내부 시스템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선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의 녹음파일(이른바 ‘고영태 녹음파일’)에 대한 증거조사가 이뤄졌다. 검찰이 공개한 녹음파일에는 “평창에 최순실 소유 땅 제일 안쪽에 VIP 저택을 짓는다”(류상영 전 더블루K부장), “소장(최순실)이 (SK 돈을) 독일로 돈 빼는 게 마음이 급한 것 같아, 방법을 찾아보라면서 예전에 뭐 삼성이랑 해서 승마대표단 지원하는 것처럼 해서 한 적 있다고…”(박헌영 K스포츠 과장) 등의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녹음파일이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의 불법행위 지시나 개입을 입증하는 자료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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