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대 공론화 전방위 압박
테러지원국 지정ㆍICC 회부 추진
우리 정부가 김정남 암살 사건을 김정은 정권의 반인륜적 테러 행위로 규정하며 전방위적 대북 압박에 나섰다. 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김정은 정권의 인권 침해 및 잔악성을 국제무대에 부각시키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이번 사건의 배후에 북한 정권이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면서 “공공장소에서 자행된 이번 사건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행위이자 테러행위”라고 밝혔다. 황 권한대행은 “북한이 이러한 테러행위들에 대해 응분의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전날 중간 수사결과 주요 용의자들이 북한 국적이라고 발표하자 곧바로 북한 정권 차원의 테러 행위로 규정한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북한 정권의 테러행위를 국제무대에서 공론화해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테러지원국 재지정 등 다각도의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인권 상황을 ICC 회부하는 방안은 유엔 총회 차원에서 여러 차례 제기됐으나, 중국 등의 반대로 유엔 안보리 결의로 채택되지 못했다. 홍영표 통일부 장관은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 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말레이시아 조사가 마무리되면 북한 인권문제의 공론화 방안이 구체화 될 것”이라며 “(ICC에 회부되면) 북한이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힘을 모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자체적으로 규정하는 테러지원국 명단에 북한을 다시 포함시키기 위한 여론 조성에도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1987년 대한항공 폭파 사건으로 북한을 테러 지원국 으로 지정해 제재를 가하다가 북핵 협상에 따라 2008년 명단에서 제외했는데, 최근 미 의회를 중심으로 재지정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황 권한대행이 이번 사건을 ‘테러 행위’라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여론에 힘을 보태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 문제를 제기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된다. 정부는 지난해 유엔 총회에서 북한이 상습적으로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등 유엔을 조롱한다며 북한의 회원국 자격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이 같은 정부의 대북 압박에는 김정은 정권이 더 이상 대화와 협상이 불가능한 정권이라는 점을 국제적으로 설득시키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 전문가는 “북한이 이미 유엔 안보리의 각종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실질적 제재 효과는 그다지 없다”며 “정부가 이번 사건을 통해 김정은 정권의 잔학성을 부각시켜 결국 김정은 정권의 교체 없이는 북한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점을 국제적으로 공론화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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