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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겉으로는 조용… 대북관계 깊어지는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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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겉으로는 조용… 대북관계 깊어지는 고민

입력
2017.02.2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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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사실상 김정남 피살 사건의 배후로 드러나면서 중국의 고민이 한없이 깊어지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강경 기류를 외면하기 어려운데다 대북 영향력 약화도 불가피하지만 그렇다고 ‘북한 카드’를 포기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시점상 대북 경고 메시지로 읽히는 북한산 석탄 금수 조치에 들어간 직후 북중 우호관계를 강조하는 모순적인 행동을 보이는 이유다.

중국은 20일 관영매체를 통해 전날부터 시작된 북한산 석탄 수입 잠정중단 조치가 김정남 피살 사건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이번 조치가 김정남 피살 사건 직후 이뤄졌기 때문에 사건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는 서양 국가들의 분석이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조선(북한)의 건강한 발전과 번영, 안정을 기원하며 양국 우호관계는 변함없이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구시보가 중국 정부의 입장을 직접적으로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임을 감안하면 중국 지도부의 고민을 미뤄 짐작할 만하다. 사실 북한산 석탄 수입을 금지키로 한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2321호를 충실히 이행하는 차원일 수 있다. 연초부터 2월 중순까지의 석탄 수입이 750만톤 또는 4억90만달러(약 4,575억원)에 육박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김정남 피살 사건의 와중에 이번 조치가 취해진 점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중국이 대외적으로 북중 경협 통계를 공표하지 않은 상황에서 김정남 피살 사건의 배후가 북한임이 드러난 당일 김정은 체제의 목줄을 죌 수 있는 조치가 전격적으로 단행됐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이 국제사회의 대북 규탄 분위기, 독일 뮌헨에서의 미중 외교장관 회담, ‘친중파’로 평가받은 김정남 피살 후 대북 지렛대 상실 우려 등을 두루 감안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이 북중 우호관계를 강조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대화를 통한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 해결을 거듭 주장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북한을 벼랑 끝으로 내몰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미일 3국과 북한 모두에게 전하는 메시지의 성격이 짙다. 대북 제재가 핵ㆍ미사일 문제에 국한되어야 한다는 그간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이나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해 보도통제를 강화하는 것 등도 같은 맥락이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누구라도 김정남 피살 사건 때문이라고 생각할 만한 조치를 취해놓고 무관하다고 강변하거나 뜬금없이 북중 우호관계를 강조하는 것 등은 중국 정부의 분명한 입장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북한 배후설을 뒷받침할 만한 확고한 물증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열어두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김정남의 시신을 마카오에 사는 유족에게 인계하는 문제에 관여할 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정남의 가족이 중국 당국의 보호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중국이 의지를 보인다면 시신이 유족의 품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 공개적으로 북한과의 외교적 마찰을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김정남의 둘째 부인 이혜경이 말레이시아로 건너와 시신을 인도받더라도 중국으로선 개인적인 일이라며 선을 그을 가능성이 높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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