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노보드가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대박’을 냈다. 남자 스노보드의 간판 이상호(22ㆍ한국체대)는 20일 일본 훗카이도 삿포로의 데이네 스키장에서 열린 대회 스키 스노보드 남자 회전에서 1ㆍ2차 시기 합계 1분16초09로 우승했다. 1차 시기에서 39초80으로 가장 빨리 결승선을 통과한 이상호는 2차 시기에서 4위에 해당하는 36초29의 기록을 냈지만 1차 때 압도적인 성적을 낸 덕분에 무난히 시상대 맨 위에 섰다. 전날 대회전에서 한국 스노보드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한 데 이은 2관왕 쾌거다. 남자 대표팀은 대회전 경기 때 3위를 제외한 1~5위를 휩쓸었고, 회전에서도 1위, 3위(김상겸), 4위(최보군)에 이름을 올려 단숨에 아시아 최강자로 우뚝 섰다.
한국 스노보드가 이처럼 초고속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코칭스태프의 철저한 분업화 덕분이라는 평가다. 대한스키협회는 2014년 11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수장으로 취임한 이후 통 큰 투자를 했다. 2014~15시즌까지만 해도 이상헌(42) 대표팀 코치가 모든 일을 혼자 처리했지만 기술 전문 코치, 체력 트레이너, 장비 전담 코치, 물리치료사, 심리 담당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파트 별로 선수들을 담당한다.
이상헌 코치는 “코칭스태프의 증가로 대표팀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갖춰졌다”며 “각자 자기가 맡은 역할을 다각도로 분석해 지도하는데 집중하고, 나 또한 총괄코치로 예전에 놓쳤던 것을 상세하게 잡아낼 수 있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간의 신뢰가 쌓이면서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코치는 이어 “팀에 분야별 전문가들이 들어온 뒤 모든 것에 전문적으로 임할 수 있게 됐고, 관리도 철저히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이중에서도 장비를 담당하는 ‘서비스맨’의 비중이 상당하다. 이 코치는 “얼핏 보면 스노보드는 보드를 타고 빨리 내려오는 것으로 보여지지만 그 안에 상당히 세심한 관리를 기울여야 한다”며 “스노보드에서 장비는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은 현재 슬로베니아 대표팀 코치를 지낸 크로아티아 출신 이반 도브릴라 코치가 장비를 담당하고 있다. 스노보드는 미끄러지는 면 ‘베이스’와 양쪽 세로 ‘에지’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베이스가 손상될 경우 잘 미끄러지고, 에지가 이상 있으면 회전에 문제가 생긴다. 관리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왁싱’이다. 왁스로 베이스가 상하지 않도록 발라줘야 하는데 종류만 10~15가지에 달한다.
왁스는 눈의 온도나 설질(雪質)에 따라 달라진다. 온도가 천차만별인데다가 습한 설, 무른 설, 자연 눈 등 눈의 성질도 다르기 때문에 해당 경기장 조건에 맞는 왁싱을 잘 파악하고 해야 한다. 이 코치는 “그 동안 유럽 국가들에는 장비 담당 전문 코치가 있는데 우리만 없어 혼자 장비 관리까지 하는 등 모든 일을 하느라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선수 간의 기술이 비슷하다고 볼 때 어느 서비스맨이 경기 당일 상황에 맞는 왁스를 발랐는지 여부에 따라 승부가 갈릴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역할”이라고 밝혔다.
삿포로=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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