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회사채 투자 손실 총 1조2,000억 달할 듯
정부 압박에 ‘혈세로 보증ㆍ투자’… “누구도 책임 안 져” 비판도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신용보증기금과 산업은행 등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통해 한진해운 지원에 나섰던 공공기관과 국책은행들이 대규모 손실을 입게 됐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들을 돕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지만, 결국 부실 기업에 국민 혈세가 대거 낭비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한진해운의 사모사채 발행잔액은 9,390억원으로 이 가운데 약 76%에 해당하는 7,180억원 어치를 산업은행이 신속인수제로 인수했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2013년 7월 금융당국이 기업의 회사채 차환 발행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이 새로 발행하는 회사채를 산업은행이 사들여 자금을 지원하도록 한 제도다.
산은은 2014∼2015년 당시 한진해운 회사채 상환액의 80%를 인수한 뒤, 이 금액의 60%를 신보가 보증하고, 나머지는 채권은행과 금융투자업계가 회사채안정화펀드를 통해 각각 30%, 10%씩 나눠 인수하도록 했다.
이에 신보는 4,306억원 규모의 한진해운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프라이머리 유동화증권(P-CBO)에 지급보증을 섰다. 한진해운이 계획대로 돈을 갚았다면 문제가 없었지만 결국 파산하면서 신보는 보증 선 금액을 모두 날릴 처지가 됐다. 채권은행들도 2,154억원, 회사채안정화펀드는 718억원을 각각 날리게 됐다.
한진해운의 공모 회사채 발행분(약 2,500억원)까지 감안하면, 이번 파산으로 최대 1조2,000억원의 투자 자금이 허공으로 날아가는 셈이다. 이 중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액은 공모사채 전체 발행잔액의 40%인 1,0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신속인수제 투자 실패로 대거 손실이 발생했지만 누구도 책임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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