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대출심사, ‘돋보기’ DTI에서 ‘현미경’ DSR로 진화
은행 등에 돈을 빌리러 가면 금융사는 고객을 이리저리 살핍니다. 돈을 빌리러 들어오는 걸음걸이나 눈빛부터 신용등급, 담보로 맡기는 물건의 가치 등을 꼼꼼하게 따집니다. 이중에서도 월수입이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기에 충분한 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종전에는 이를 알아내기 위해 소득 대비 부채상환비율(DTIㆍDebt to Income)이라는 지표를 계산했지만 앞으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ㆍDebt Service Ratio)이라는 새로운 수치를 갖고 따지게 됩니다. 고객의 재정 상황을 ‘돋보기’(DTI)가 아니라 더 정밀한 ‘현미경’(DSR)으로 살펴보겠다는 셈입니다. 이 경우 대출을 받기가 혹시 더 어려워지는 것은 아닐까요?
DSR란
DSR는 매달 갚아야 되는 모든 대출이자와 원금이 월 소득의 몇 퍼센트나 되느냐를 계산한 수치입니다. 계산은 간단합니다. 예를 들어 월급이 500만원인데 여기저기서 빌린 돈이 2억원이고 이로 인해 매달 나가는 돈이 원금과 이자를 합해 200만원이라면 분모에 500만원(월급), 분자에 200만원(나가는 돈)을 넣고 계산한 40%가 DSR가 됩니다.
그 동안 대출상환 능력을 측정하는 데 사용했던 DTI와는 뭐가 다를까요? 가장 큰 차이는 DTI는 매월 나가는 돈 중에 ‘이자’만 계산한 반면 DSR는 ‘원금’도 같이 감안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똑같이 2억원을 빌렸더라도 매달 이자만 갚다가 나중에 원금을 한꺼번에 상환하기로 했다면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돈은 매월 50만원(이자)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빌린 2억원을 10년 동안 나눠서 원금까지 할부로 갚기로 했다면 통장에서는 매월 200만원(이자 50만원에 원금 150만원씩)이 인출됩니다.
만약 월 소득이 200만원이라면 DTI는 분모에 200만원(월급), 분자에 50만원(이자)을 넣어서 25%가 됩니다. 그러나 DSR의 경우 분모는 같지만 분자에 200만원(원금과 이자)이 들어가므로 100%가 됩니다. 똑같은 대출인데도 원금을 어떻게 갚아 나가느냐에 따라 DTI와 DSR가 크게 달라지는 것입니다.
또 10년 만기로 빌린 것과 20년 만기로 대출을 한 것은 매월 갚아야 할 원금도 다른 만큼 DSR를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위의 경우에서 만약 20년 만기로 빌렸다면 매월 갚을 원금이 약 70만원으로 감소할 것이고 그러면 DSR는 분모에 200만원(월급), 분자에 120만원(이자 50만원에 원금 70만원씩)이 올라가 60%가 됩니다. (원금을 갚아나가면서 매월 이자가 줄어들긴 하지만 계산을 단순화하기 위해 그 부분은 제외했습니다)
DSR, 왜 도입하나
돈을 빌리러 온 사람이 매월 받는 월급으로 대출을 제대로 갚을 수 있을 지는 사실 매월 빠져나갈 이자만 봐서는 안됩니다. 당연히 매월 나눠 갚는 원금도 살펴봐야 하고 다른 금융사에서 빌린 대출은 얼마나 있는지, 그 대출 때문에 나가는 원금과 이자는 또 얼마인지도 따져야 합니다.
그러나 종전에는 각 금융사들이 대출을 해줄 때 고객이 다른 금융사에서 빌린 대출금의 총액 정도는 알 수 있어도 매월 나가는 이자와 원금이 얼마인지는 전산 미비로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다른 금융사에서 빌린 대출이 이자만 갚는 대출인지, 원금도 나눠 갚기로 한 대출인지도 몰랐습니다. 이자만 나가는 대출이라도 이자가 도대체 얼마나 나가는 지 모르니 대출금 총액에 ‘시중 이자율’을 대강 대입해서 이자를 추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소득 중에 대출이자로 빠져나가는 돈이 얼마나 되는지를 계산하는 DTI가 대출심사의 전부였죠.
그러나 최근 금융사들끼리 고객들의 세부 대출정보(대부업체 제외)를 공유하게 되면서 고객의 정확한 원리금 지출액을 알 수 있게 되면서 그걸 대출심사에도 반영하기로 한 겁니다.
DSR는 언제부터 적용되나
현재 DTI는 60%를 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DSR 규제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까지 정해지지는 않았습니다. 지금도 당장 규제를 하려면 할 수는 있지만 아직은 이미 나간 대출의 DSR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어느 정도로 규제하는 게 적당할지 검토하는 단계입니다. 금융당국은 DTI 규제처럼 특정 비율을 상한선으로 두기보다는 금융회사들이 알아서 고객들의 DSR를 살펴서 대출을 하도록 간접 규제한다는 계획입니다.
일반적으로 DSR 비율이 40%를 넘기면 생활비의 40%가 대출 원리금으로 나간다는 뜻이어서 위험한 고객으로 간주됩니다. 앞으로 대출 심사에서 DSR 규제를 적용하게 될 경우 70~80%를 넘지 말아야 할 선으로 간주하고 규제하게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옵니다. 아마 202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적용되겠지만 그 이전이라도 대출심사에서 DSR를 살펴보는 은행이 생길 수 있습니다.
직업이 없는 분들은 매월 내는 건강보험료의 300배 또는 연간 신용카드 사용액의 3배 정도를 연소득으로 간주하고 대출한도를 계산합니다.
DSR 도입되면 대출 한도 줄어드나
DSR 규제는 이자 뿐 아니라 원금 상환액도 부담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대개는 DTI 규제만 적용할 때보다 대출한도가 줄어듭니다. 그러나 30년 정도의 장기 분할상환인 경우는 DTI 60% 룰을 적용 받든 DSR 80% 규제를 적용 받든 대출한도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자만 내는 대출의 경우는 오히려 DSR 80% 규제를 적용할 경우 대출한도가 커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이 이자만 내는 거치식 주택담보대출은 판매하지 못하게 하고 있어 앞으로 이런 대출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주의해야 할 분들은 만기가 짧은 대출을 많이 받은 경우입니다. 신용대출은 만기가 대부분 짧습니다. 종전에는 만기가 길든 짧든 이자 지출액만 확인하고 대출을 해줬지만 DSR 규제는 만기까지 원금을 다 갚는다고 가정하고 그러려면 매월 얼마를 갚아야 하는지 계산해서 그 돈은 월 수입에서 제외합니다. 그러니 대출한도가 크게 감소하기도 합니다.
자동차나 비싼 가전제품을 할부로 구입할 경우도 주의해야 합니다. 매월 나가는 할부금이 대출원리금으로 간주돼서 DRS 한도를 깎아먹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4,000만원짜리 자동차를 월 100만원씩 내는 리스나 할부로 구입하면 할부금 100만원이 DSR 계산에 포함됩니다. 2억원을 20년 동안 분할상환하는 조건의 대출이 있을 때 매월 원리금으로 100만원 정도를 지출하게 되므로 4,000만원짜리 자동차를 할부나 리스로 구입하는 행위는 대출한도에서 2억원 정도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DTI 규제만 할 때는 전혀 반영되지 않던 게 DSR 규제에서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마이너스 통장도 문제가 됩니다.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만큼 이미 대출받은 걸로 간주하고 이를 마이너스 통장의 만기인 2년 동안 모두 상환하는 것으로 간주하게 됩니다. 결국 매월 가상의 원리금 상환액이 빠져나가는 걸로 계산하다보니 2,000만원 한도의 마이너스 통장이 있다면 약 100만원 정도 DSR 한도를 깎아먹습니다. 이 부분은 금융당국이 보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렇게 생활 곳곳의 금융관행이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DSR 규제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신용대출이나 원금 상환액이 많은 대출을 갖고 계신 분들은 대출 심사가 빡빡해지기 전에 미리 대출을 받아놓는 방법을 고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DSR 규제 적용 시기가 불투명하고 미리 대출을 받아놓을 경우의 이자 부담까지 감안하면 권장할 만한 일은 못됩니다. 규제가 시작되면 기존 신용대출을 만기가 긴 대출로 바꿔서 원리금 상환액을 줄이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DSR 규제가 시작되더라도 새로 받는 대출을 원금 상환액이 적어지도록 만기가 아주 긴 대출로 받는다면 대출 한도가 감소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DSR 규제를 크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부 과도한 원리금 상환 부담을 지고 있는 대출자는 대출이 어려워질 수 있지만 대부업체를 제외한 모든 금융사의 대출 상황을 금융당국과 은행이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에 그 규제를 빠져나갈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진우 경제 방송(MBC 라디오 ‘손에잡히는경제’) 진행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