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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재의 발, 그리고 현역 은퇴까지의 치열했던 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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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재의 발, 그리고 현역 은퇴까지의 치열했던 17년

입력
2017.02.1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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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연재./사진=손연재 인스타그램.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인천 아시안게임이 끝난 지 한 달 후인 2014년 11월, 한 방송에서 공개된 손연재(23ㆍ연세대)의 발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중년 남성의 발과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손연재는 방송에서 "슈즈를 신고 연습하다 보니 발 모양이 변형됐다. 엄지와 검지 발톱 빼곤 남아 있지 않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손연재가 자신의 발을 옥죄던 슈즈를 마침내 벗기로 했다. 소속사 갤럭시아SM은 18일 "손연재가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며 "동시에 현역 선수로서도 은퇴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전격적인 은퇴 선언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직후부터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라 미련은 없다. 손연재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조금의 후회도 남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17년 동안의 시간이 나에게 얼마나 의미 있었고, 내가 얼마나 많이 배우고 성장했는지 알기에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지난 세월을 반추했다.

손연재의 지난 17년은 한국 리듬체조 역사에도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6살 때 리듬체조를 시작한 그는 첫 시니어 무대였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리듬체조 개인종합에서 한국 최초로 동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만족해하지 않았다. 손연재는 러시아에서 정상급 선수들과 훈련하며 부단히 자신을 발전시킨 끝에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5위라는 값진 성과를 일궈냈다.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5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선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개인종합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손연재는 비록 지난해 리우 올림픽에서 러시아와 동유럽 선수들의 벽에 가로막히며 메달권에 들지 못했지만, 아시아 선수로는 역대 최고 성적 타이인 개인종합 4위에 오르며 '유종의 미'를 수확했다. 손연재로 인해 한국 리듬체조 역시 희망을 봤다.

▲ 손연재의 발./사진=SBS '힐링캠프' 방송화면 캡처.

달콤한 결과물 뒤엔 고통의 시간이 있게 마련이다. 손연재는 선수 시절 이런 저런 일로 마음고생을 했다. 손연재는 '피겨여왕' 김연아(27)와 선수 시절 내내 비교돼야만 했다. 외모와 실력 등에서 함께 언급되는 일이 많았고, 때문에 안티 팬들의 맹목적인 비난도 들어야 했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 논란과 관련해선 2014년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석해 특혜를 받았다는 근거 없는 의혹에 시달리기도 했다. 손연재는 리우 올림픽 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하루 수십 번 들었다. 작은 부분 하나하나 싸워 이기며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리듬체조 요정'이라는 수식어를 갖게 되기까지 손연재는 인내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손연재는 연세대 스포츠레저학과 13학번으로 졸업까지 두 학기를 남겨뒀다. 그런 만큼 일단은 학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도자의 길을 가는 것은 그 다음 고민해볼 문제다.

손연재는 은퇴 선언을 하면서 "지금부터 모든 것들이 새로울 것이다. 리듬체조를 통해 배운 것들은 그 어떤 무엇보다 나에게 가치 있고 큰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아울러 "당장이 아닐지라도 어떠한 형태로든 노력은 결국 돌아온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손연재의 혹사당한 발은 이제 잠시 휴식을 취하게 됐다. 손연재의 말대로라면 그가 노력하면서 생긴 발 주름과 상처들은 곧 인생의 자양분으로 돌아올 것이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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