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김정남 피살 관련 언급은 피해
러 외무, 사드 배치에 우려 표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중국 왕이 외교부장을 만나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보복조치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철회할 것을 요청했다. 정부 각료급 접촉에서 정부가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에 대해 항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중국은 사드 배치를 “서두르지 말라”며 정부를 압박, 양국 간 사드 문제를 둔 갈등의 골은 좁혀지지 못했다.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 중인 윤 장관은 18일(현지시간) 오후 뮌헨의 한 호텔에서 왕 부장과 약 45분간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개최했다. 윤 장관은 회담 뒤 취재진과 만나 “최근 경제, 문화, 인적 교류 심지어는 예술 분야에까지 (중국의) 규제 움직임이 있는 데 대해 중국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드 보복 조치 철회가) 중국 정부가 지향하는 세계화와 보호주의 반대 기조 정책과도 부합한다”며 최근 노골화하고 있는 중국의 보복조치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사드 보복조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중국 정부의 태도 때문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던 정부가 대응 수위를 다소 높인 것이다.
왕 부장은 그러나 사드 배치를 서두르지 말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한다. 한미 양국이 최근 들어 사드를 계획대로 배치한다는 방침을 강조하고 있는 흐름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중국측의 이 같은 태도는 사드 배치 문제를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국내 야권의 주장과 비슷한 맥락으로 읽히기도 한다. 사드 배치에 상대적으로 신중한 입장인 야당이 조기 대선을 통해 집권할 가능성에 대해 중국이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회담에서는 북한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한 간략한 수준의 언급만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김정남 사건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왕 부장은 회담을 마친 뒤 김정남 사건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취재진에게 밝혔다. 양측은 또 중국 상무부가 이달 19일부터 중국산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양국은 “안보리 결의 이행 의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같은 날 열린 한러 외교장관회담에서 라프로브 장관도 한국의 사드 배치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12일 북한의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 등 북핵 문제에 대한 양국의 공통의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나 한미연합훈련 등으로 한반도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뮌헨=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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