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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법치주의의 미래

입력
2017.02.1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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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지난달 19일 법원의 결정에서는 기각되었던 특검의 구속영장청구가 이번 재청구에서는 받아들여졌다. 이번 사안의 진행 과정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몇 가지 관점이 있을 수 있다.

사법제도적인 관점에서 이 사건 처리과정에 대한 가장 안전한 이해는 처음의 구속영장청구 단계에서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던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그 후 특검의 보강수사를 통해 이루어졌고 그것이 새롭게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판사에 의해 받아들여졌다는 내용일 것이다. 이러한 안전한 이해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삼성전자 부회장에 관한 것이건 아니건 범죄혐의의 내용과 중대성에 따라 어떤 사람의 구속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나름의 객관적인 기준이 존재하고, 그 객관적인 기준을 따르는 경우에는 영장실질심사를 어느 판사가 담당하느냐에 관계없이 일관성 있는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해야 한다.

반면, 상대적으로 불안한 설명은 실질적으로 동일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범죄 혐의에 대해 담당한 판사가 누구인지에 따라 다른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나아가, 가장 최악의 설명은 실질적으로 동일한 범죄 혐의 사실에 대한 최초의 영장 청구와 이후의 재청구 사이에 이루어졌던 여러 가지 형태의 사회적 압력이 사건을 담당한 개인으로서 판사에게 영향을 미쳐서 다른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1차 구속영장 기각 이후에 그 결정을 내린 판사의 개인적 신상 공개와 공격이 온라인 상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139명의 법학교수들은 매우 이례적인 성명서의 방식으로 구속영장 기각을 비판하는 의견을 표시하기도 하였으며, 영장재청구에 따른 심사를 앞두고 새롭게 사건을 담당한 판사의 신상공개를 통해 담당판사에게 유무형의 압력을 가하는 사회적 움직임이 있었다.

이번 구속영장 발부에 대해서는 삼성가 오너 최초의 구속으로서 대한민국 역사에 있어서 사법 정의와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는 잘한 결정이라는 평가와 범죄 혐의 입증의 정도와 대한민국 경제에 있어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총수의 구속이 삼성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살피지 않은 성급한 결정이었다는 상반되는 평가가 존재한다. 어느 평가가 진실일지는 앞으로 진행될 수사 및 재판의 결과와 경제상황의 추이에 의해 판명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사건의 진행과정이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미래에 미칠 영향이다. 앞에서 본 안전한 이해의 경우에는 지금의 사법제도의 틀을 유지하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성실한 판사들로 하여금 열심히 제 할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 가지 변수는 이미 상당부분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 가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 빅데이터 분석기법 등을 통해 기계적인 법률적 연산 작업이 가능해짐에 비례해서 인간으로서 법률가, 판사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해갈 것인가의 문제이다.

반면, 앞에서 본 상대적으로 불안한 설명 혹은 최악의 설명이 이 사건 진행 과정의 실체를 더 잘 설명하는 것이라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전자의 경우에는 우리 사법제도가 사회적으로 가치의 충돌이 있을 수 있는 중요한 사건에 관해 공동체 구성원들의 선호를 정합적으로 반영해서 현명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판사를 성공적으로 선발하고 있는지, 그렇게 선발된 판사들을 적정한 사무 분담의 원칙에 따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할 것이다.

후자의 경우라면 동일한 사안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유무형의 사회적 압력에 의해 달라지는 것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을 것인지, 사법적 판단이 법정에서의 사실관계와 법리적 쟁점에 대한 주장과 논증이 아닌 광장과 온라인에서의 의사표현과 투쟁의 결과로 ‘쟁취’되는 것을 헌법적으로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허성욱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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