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조사 여부 보자” “시간 낭비”
비둘기파, 매파 절충안 승부수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뇌물공여 등 혐의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14일 특검 내부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시기와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 요청이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특검팀은 이날 이 부회장 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비둘기파’(온건파)와 ‘매파’(강경파)로 나뉘어 설전을 벌였다. 비둘기파는 “박 대통령 대면조사 성사 여부를 지켜보고 이 부회장 영장을 청구하자, 혹시나 대면조사가 성사될지 모르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영장 기각 사유 가운데 하나가 된 뇌물수수 혐의자, 즉 박 대통령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매파는 앞서 청와대가 일정 유출을 이유로 대면조사 합의를 틀었던 사실을 들며 비둘기파에게 “아직도 모르냐”고 반박했다고 한다. 매파는 “대통령은 대면조사에 응할 마음이 없는데, 이를 기다리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맞섰다. “시간을 더 끌어봤자 삼성에게만 유리하다, 갈 길이 멀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이는 삼성의 반격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환 등 남아있는 수사 과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양측 격론의 절충안으로 특검은 이날 오전 박 대통령 측에 구두로 “대면조사에 응하라”고 통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는 박 대통령 대면조사와 관련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정도로만 언급했다. 반면 이 부회장 영장 청구와 관련해선 “금명간 결정할 것”이라고 운을 띄웠다. 특검은 이날 대통령 측의 반응이 전혀 없자 이례적으로 오후 6시쯤 서울중앙지법에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17분 뒤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특검이 박 대통령 대면조사 없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영장 발부 여부에 대해선 완벽한 확신을 하지는 못했다는 방증이다. 특검의 운명이 걸린 도박 같은 승부수가 통한 셈이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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