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기간 연장되면 수사 착수”
‘SK 30억 기부 약속’등에 주목
黃대행 특검 연장 결정 여부 촉각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여부를 예의주시하던 롯데, SK 등 다른 대기업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17일 이 부회장 구속수감 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수사기간 연장을 전제로 대기업 수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다른 대기업의 뇌물 수사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직전까지만 해도 “다른 대기업 수사는 착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지만 이젠 수사가 가능하다고 직접 언급한 것이어서 특검의 기류가 확 달라진 걸 보여준다.
특검의 입장 변화는 삼성 측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 측에 준 돈이 뇌물로 인정된 데 따른 것이다. 이 부회장의 영장 발부로 대통령이 직접 지원 요청한 사안을 거부했을 때 돌아올 불이익을 고려해 어쩔 수 없이 거액을 지원했다는 삼성 논리는 설득력이 약해졌다. ‘강요의 피해자’라며 삼성과 같은 주장을 하던 다른 대기업도 이젠 ‘삼성과는 경우가 다르다’는 논리를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특히 특검은 롯데와 SK를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초 K스포츠재단에 17억원을 기부한 롯데는 같은 해 3월 “70억원을 추가 지원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액수를 놓고 줄다리기 끝에 두 달 뒤 롯데 측은 K스포츠에 70억원을 냈지만 K스포츠는 곧 “구상했던 사업에 차질이 생겼다”고 전액 반환했다. 롯데는 당시 면세점 인허가를 얻는 대가로 돈을 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검은 지난해 2월쯤 SK가 K스포츠에 기부를 약속한 30억원을 뇌물로 의심하고 있다. 애초 K스포츠는 80억원을 요구했지만 SK 측은 난색을 표하고 대안으로 30억원을 내놓기로 했다. 형법은 뇌물을 주기로 약속해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도 두 기업 자료를 상당히 확보해 특검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가 청와대 측을 통해 인사나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포스코나 KT도 수사 대상으로 꼽힌다.
이들 기업에 대한 특검의 수사 여부는 수사기간 연장에 달렸다. 특검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수사기간 연장 신청 사유 중 하나로 특별검사법이 수사 대상으로 규정한 대기업 수사 미비도 적시했다. 여러 대기업이 특검 연장 결정권을 쥔 황 권한대행의 선택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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