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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배후 누구냐… 도주한 ‘키맨’ 4명의 남성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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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배후 누구냐… 도주한 ‘키맨’ 4명의 남성을 잡아라

입력
2017.02.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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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여성들이 사전답사 했지만

함께 있던 남성들이 사건의 두뇌”

CCTV에도 전혀 포착 안 돼

신원ㆍ이동 경로 등 베일 속에

증거 부족해 엇갈린 보도만…

자칫 장기 미제 사건 될 수도

1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북한대사관 현관에 ‘김정남 피살’을 보도한 현지 신문이 꽃혀 있다.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1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북한대사관 현관에 ‘김정남 피살’을 보도한 현지 신문이 꽃혀 있다.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에 붙잡힌 여성 용의자들이 범행에 단순 가담한 청부업자로 속속 드러나면서 이들에게 김정남 살해를 지시한 기획자가 밝혀지지 않을 경우 북한 소행설 등 배후를 입증하지 못해 자칫 장기미제 사건으로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수사 상황을 종합하면 이번 사건은 정교한 시나리오에 따라 이뤄진 기획 범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말레이시아 매체 더스타 온라인은 17일 김정남 살해(13일) 전날 여성 용의자 2명이 범행 장소를 배회한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를 경찰이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그러면서 경찰 관계자의 말을 빌려 “두 사람과 함께 있던 남성들이 사건의 ‘두뇌(brain)’”라고 강조했다. 여성들이 사전답사를 했지만 범행을 계획한 인물은 따로 있다는 얘기다.

일본 NHK방송도 이들이 말레이시아로 입국하기에 앞서 서로 연락을 주고 받았고, 범행 1~3개월 전 예행 연습을 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아시아인 남성’을 암살 기획자로 지목했다. 또 두 번째 용의자인 시티 아이샤(25)는 쿠알라룸푸르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는 이혼녀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행동을 도와주면 100달러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합류했다는 인도네시아 언론의 보도도 나왔다. 여성 용의자들이 엄청난 국제적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암살을 주도한 당사자로는 부적절하다는 정황이 여러 증언을 통해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관심은 자연스레 말레이시아 경찰이 공개한 남성 4명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현지 경찰은 김정남 피살 직후 체포 여성들 외에 남성 4명을 용의 선상에 올려 놓았다. 문제는 이들의 정체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는 점이다. 신원은커녕 사건 당시 이동경로나 현장 CCTV에 포착된 변변한 실물 사진조차 없는 상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범행 당일 현장을 촬영하는 CCTV는 작동되지 않았고 범행 경로를 파악할 수 있는 다른 CCTV는 아예 고장 나 있었다”고 보도했다.

사건 배후 파악에 필수적인 증거가 부실하다 보니 “북한 정찰총국 소속 40대 공작원이 있다(뉴스트레이츠타임스)” “살인 청부를 받은 다국적 암살단(동방일보)” 등 해당 남성들이 누구인지를 두고 엇갈린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현지 베르나마 통신에 따르면 다툭 세리 하룬 연방경찰 특별수사국장은 “사안이 워낙 복잡해 외국 정보기관의 소행인지 단정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하는 등 말레이시아 당국도 어정쩡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경찰은 일단 남성 용의자들을 검거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압둘 사마흐 마트 셀랑고르주 경찰서장은 “말레이시아로 통하는 모든 입국 지점 경비와 공항 출ㆍ입국 구역 감시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용의자들을 국경 밖으로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취한 조치이다. 하지만 이 역시 사건 발생 나흘이 지난 만큼 전문훈련을 받은 공작원이라면 충분히 도주했을 가능성이 있다. 현지 소식통은 “(태국 국경과 인접한) 북부 도시 페낭은 자동차로 5시간 거리에 불과한데다, 마약 밀수 등 각종 범죄도 판쳐 검문이 허술한 만큼 용의자들이 신분을 감추고 손쉽게 태국으로 숨어 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이들의 조기 검거에 실패하면 수사가 장기화해 김정남 피살 사건은 국제적 미스터리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전직 안보부서 당국자는 “말레이시아는 아세안 회원국 중 북한과 가장 먼저 수교할 정도로 외교관계에 있어 중립적 태도를 중시한다”며 “남성 용의자들의 신병 확보가 늦어지면 경찰의 수사 의지가 약화할 수밖에 없어 사건 자체가 미궁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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