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유명한 토끼 캐릭터 ‘미피(Miffy)’를 창작한 네덜란드의 아동작가 겸 삽화가 딕 브루나가 별세했다. 90세.
미피의 출판사 메르시스는 브루나가 16일(현지시간) 저녁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 있는 그의 집에서 수면 도중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마르야 케르크호프 메르시스 대표는 성명을 통해 “지난 40년간 딕 브루나를 알고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1927년 위트레흐트의 출판업자 집안에서 태어난 브루나는 당초 가업을 이을 계획이었으나 미술에 흥미를 느껴 작가로 전향했다. 일생동안 124권의 그림책을 만들었으나 가장 인기가 있던 캐릭터는 1955년 창작한 캐릭터 ‘미피’였다. 미피는 그림책으로만 60여년 동안 8,500만권 넘게 팔렸다. 미피의 특징은 두 개의 점으로 된 눈과 십자형 입으로 된 거의 무표정해 보이는 얼굴이다. 브루나는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의 영향을 받아 단순한 디자인과 색감을 추구했고, 이것이 미피의 명쾌한 디자인과 색감에도 영향을 미쳤다.
브루나는 가족 휴가여행 도중 한 정원에서 본 토끼를 관찰하고 미피를 고안해냈다. 애초에는 큰아들 시어르크의 잠자리 동화를 위해 만들었던 미피는 그를 소재로 한 그림책 여러 권이 출간되고 캐릭터성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드레스를 입은 여자아이로 설정됐다. 브루나는 이후 미피의 친구로 친절한 돼지 아줌마 포피(Poppy), 개 스너피(Snuffy) 등을 차례로 고안해 ‘미피 세계’를 만들었다.
네덜란드에서 미피는 나인티예(nijntjeㆍ작은 토끼)로 통한다. 영국 BBC에 따르면 ‘미피’란 이름은 미피 동화책을 처음 영어로 번역한 올리브 존스가 친근한 이름을 선택해 지은 것이다. 이후 미피는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돼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AFP통신에 따르면 생전 인터뷰에서 브루나는 “작업을 위해 책상에 앉을 때 가끔 어린이가 서서 나를 정면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상상을 한다”며 “그래서 미피는 항상 앞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어린이들의 단순명쾌함에 나는 깊이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2016년 2월 브루나가 평생의 대부분을 거주한 위트레흐트에 어린이를 위한 미피 박물관이 열렸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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