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돌, 여자가 많다고 해서 ‘삼다도’ 또는 대문과 도둑, 거지가 없다고 해서 ‘삼무도’로 불리는 제주는 세계적인 관광 휴양지로 꼽힌다.
하지만 프로축구에서는 늘 변방이었다. 2006년 2월 부천에서 제주로 연고지를 옮긴 뒤 2010년 정규리그 준우승 외에 성적 면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낸 적도 없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제주 땅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이곳에서 2011년 이후 6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경기가 열리기 때문이다.
제주는 지난 시즌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 3위를 차지했다. 규정대로면 플레이오프를 치러 여기서 이겨야만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클래식 2위였던 전북 현대가 ‘심판 매수’ 사건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으로부터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박탈당하면서 그 자리에 제주가 대신 들어갔다.
제주는 올 겨울 이적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수비수 조용형(34)을비롯해 김원일(31)과 박진포(30), 미드필더 최현태(30)와 이찬동(24), 공격수 진성욱(24)과 외국인 선수 마그노(29), 골키퍼 이창근(24) 등 전 포지션에 걸쳐 실력파 선수들을 알차게 영입했다. 제주의 동계 전지훈련을 지켜 본 다른 팀 감독과 축구 관계자들은 “제주의 실력이 탄탄하다. 올해 돌풍을 일으킬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제주는 오는 22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장쑤 쑤닝(중국)과 챔피언스리그H조 1차전을 시작으로 올 시즌의 문을 연다. 장쑤는 조성환(46) 제주 감독보다 1년 후배인 최용수(45)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두 사령탑의 자존심이 걸렸고 한ㆍ중전이라 더욱 관심을 끈다.
제주는 ‘공짜로 경기를 볼 수 있는 구단’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독특한 시도도 한다.
제주의 작년 경기당 평균 관중은 5,688명으로 클래식 12개 팀 중 8위였다. 하지만 경기당 평균 유료관중은 2,357명으로 유료 관중비율은 41%에 불과해 광주FC와 함께 리그 최하위였다. 홈 관중의 절반 가까이가 무료로 입장했다는 뜻이다.
제주는 오랜 만에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한 올해를 무료관중 폐지의 적기로 보고 공짜표 근절을 위해 포상금 제도까지 도입했다. 공짜 티켓 배포를 구단에 신고하면 포상금 100만원을 준다. 앞으로는 선수와 구단 관계자의 가족들도 돈을 내고 경기를 관람해야 한다. 조 감독도 직접 연간회원 티켓을 구매하는 등 솔선수범하고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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