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사실상 제자리 걸음
삼성전자 주가 0.42% 내리고
물산 등 계열사 소폭 하락세
이부진 입지 강화 기대 반영
호텔신라 주가 강세 눈길
큰 영향은 없었다.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에도 국내 금융시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코스피 지수는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걸었고, 삼성전자 주가도 약세를 보이긴 했지만 큰 출렁임은 없었다. 외국인도 눈에 띄는 움직임은 잡히지 않았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190만1,000원)보다 0.42% 내린 189만3,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개장 초만 해도 2% 가까이 떨어졌던 주가는 오히려 오후 들어 점차 회복하는 모양새를 보여줬다. 외국인이 344억원 가량 순매도했지만 기관 투자자가 207억원 어치 순매수하면서 주가를 받쳤다. 삼성물산(-1.98%) 삼성생명(-1.40%) 삼성SDS(-0.78%) 등 다른 계열사도 동반 하락세를 보였지만 시장에 충격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눈길을 끈 것은 이건희 회장의 장녀 이부진 사장이 이끄는 호텔신라의 주가 강세였다. 호텔신라 우선주는 이날 무려 30%(가격제한폭)나 올랐다. 호텔신라도 한 때 6% 이상 상승했다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며 0.96% 오른 4만7,400원으로 마감됐다. 이 부회장의 동생으로 그 동안 호텔과 면세점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이 사장의 그룹 내 입지가 강화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사장은 호텔신라 주식이 한 주도 없다.
코스피 지수도 이날 2,080.58로 전날보다 1.26포인트(0.06%) 하락하는 데 그쳐, 이 부회장의 구속에도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시장에 미칠 파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업황이 좋아 연간 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며 “주가가 고점(200만원) 대비 다소 빠진 점을 감안하면 오너리스크는 주가에 이미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도 “총수의 경영 공백이 길어진다면 인수합병(M&A) 등 중요한 결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지만 단기적으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전체 주식시장에도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시장의 영향이 더 크지 이 부회장의 구속이 미치는 여파는 미미하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사 피치도 이 부회장의 구속이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외환시장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8원 오른 1,146.3원에 마감됐다. 최근 환율이 하루에도 10원 이상 오르고 내릴 때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특별할 게 없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부회장 구속으로 일부 외국인 매도세가 나타나며 환율이 오를 수도 있지만 정치적인 이슈이고 삼성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없는 만큼 파장은 작을 것”이라며 “환율은 국내 요인보다는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 등 대외 요인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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