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온 국민의 눈이 쏠리면서 포털 뉴스화면은 연일 관련 기사들로 채워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사들이 법적 공방을 다루고, 그 속에 등장하는 법률관련 용어들은 의학용어만큼이나 전문적이고 낯설다. 때문에 ‘이게 뭔가’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을 테다. 대충 내용만 파악하고 넘어가도 되지만, 용어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중간에 맥이 끊기거나 아리송한 부분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용어가 비슷한 경우 더욱 그렇다. 최근 자주 등장하는 용어 몇 가지의 개념을 정리했다.
심문 vs 신문
“이재용 부회장 구속 전 피의자심문 19시간 만에 구속영장 발부”
“안봉근 헌법재판소(헌재) 증인신문 불출석… 탄핵심판 공전”
심문과 신문. 최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하 특검)과 헌재가 최순실 게이트를 둘러싼 다양한 증인들을 소환하면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다. 하지만 때론 ‘신문’이라 하고, 때론 ‘심문’이라 한다. 무슨 차이일까?
우선 ‘심문’은 ‘자세히 밝히다’라는 뜻을 가진 살필 심(審)자와 ‘묻다’는 뜻을 가진 물을 문(問)자가 합쳐진 단어다. 즉 자세히 밝힌다는 뜻으로, 법원 등이 이해관계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하고 묻는 일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검찰이 피의자의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하면 법원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통해 피의자의 변명을 들은 뒤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
반면 ‘신문’은 ‘알고 있는 사실을 캐어 묻는다’라는 뜻으로, 물을 신(訊)자가 쓰인다. 법원에서 증인에게 잘잘못이나 범죄의 성립여부 등을 질문하는 것이다. 법정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검사와 증인, 피해자, 피의자 등과의 대화가 바로 이것이다. 가령 검사가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에게 “증인은 최순실씨가 연설문 고치는 것을 목격한 게 사실이냐”고 묻고 고씨가 “그렇다”라고 답하는 식이다.
피의자 vs 피고인
심문, 신문만큼이나 헷갈리는 게 피의자와 피고인이다.
지난 3일 특검이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을 시도할 당시 박 대통령 측은 “아직 탄핵심판 판결이 내려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한 영장으로 무리한 수사를 하는 것은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며 펄쩍 뛰었다. 언뜻, 현직 대통령은 기소할 수 없다는 불기소특권(헌법 제84조)에 따라 특검이 영장에 대통령을 ‘피의자’로 명시한 것부터 잘못됐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발언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피의자는 범죄 혐의가 있어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고 있으나 아직 기소(검사가 법원에 형사심판을 청구하는 것)되지 않은 사람이다. 검사는 피의자를 조사해 혐의가 입증되면 기소한다. 이때 기소된 피의자는 ‘피고인’으로 신분이 바뀌며 자신의 유무죄를 가리는 재판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현직 대통령은 불기소특권에 의해 기소할 수 없어 피고인은 될 수 없지만, 범죄 혐의가 발견돼 수사기관이 수사에 착수하게 되면 재직 중인 대통령이라도 피의자가 될 수 있다.
체포영장 vs 구속영장
“법원도 특검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최순실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박영수(65) 특별검사팀이 13일 재소환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재청구 방침을 굳힌 가운데….”
왜 최순실씨는 체포영장인데 이재용 부회장은 구속영장일까. 체포영장은 피의자가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불응하거나 불응할 우려가 있을 때 발부된다.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을 때 피의자를 강제로 데려오는 것이다. 최순실씨의 경우 작년 12월24일 이후 특검의 소환 요구에 6차례 불응해 지난달 25일 법원이 1차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소환된 이틀간 제대로 진술하지 않아 수사에 진척이 없었고, 이후 일주일 만에 두 번째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은 특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어 굳이 체포영장을 청구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특검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죄 등을 밝히는 과정에서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난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일정한 주거지가 없거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거나 ▦도주 우려가 있을 때 판사는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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