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강력한 인도 요구에도
말레이 당국 다시 입장 선회
中으로 인계 가능성도 솔솔
김정남 피살사건 수사가 난항을 거듭하면서 핵심 증거인 김정남 시신을 둘러싼 관련국들의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북한 정부의 강력한 인도 요청에도 불구하고 시신은 중국 측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시신 부검을 진행한 현지 경찰은 유족 DNA를 제출하는 측에 인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말레이시아 셀랑고르의 압둘 사마흐 마트 경찰서장은 17일 AFP통신에 “현재까지 어떤 유족이나 친족도 (김정남 시신을) 요구하거나 신원 확인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사망자 프로필과 맞는 가족의 DNA 샘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정부가 시신 인도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시신을 넘기기 전 누구에게 속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시신 인계와 관련한 구체적 조건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경찰이 밝힌 ‘유족’이란 한솔ㆍ솔희 남매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김정남의 이복동생으로 ‘친족’에 속하지만, 북한이 신격화하고 있는 지도자의 생체정보를 넘겨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출생의 비밀’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전날까지만해도 북한 측에 시신을 넘길 것으로 보였던 말레이시아 측이 돌연 태도를 바꾸면서 ‘중국 인계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정남 둘째 부인인 이혜경의 요청 때문이다. 프리말레이시아투데이(FMT)는 16일 말레이시아 정부 관계자를 인용, 현재 종적을 감춘 이혜경이 시신을 넘겨받을 수 있도록 주 말레이시아 중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김정남의 본처와 아들 1명은 현재 중국 베이징(北京)에, 후처 이혜경과 한솔ㆍ솔희 남매는 마카오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중국이 어떤 형식으로든 시신 인도 협상에 나설 경우 외면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화교 자본이 국가 경제를 지배하고 있고, 중국이 최대 교역국이기 때문이다. 국제 분쟁에 중립을 지켜온 말레이시아지만 지난해 10월 나집 라작 총리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후 약 40조원 규모의 투자협정을 체결하는 등 최근 급격히 중국과 밀착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시선도 부담이다. 사건 진상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말레이시아 정부가 핵심 증거인 시신을 북한에 인도할 경우 당장 국제적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한국을 비롯, 거의 모든 세계 언론이 사건 배후로 북한 정권을 지목하고 있어 ‘인도주의’를 명분으로 북한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
다만 중국은 시신 인도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기를 바라는 상황이다. 지난 12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높아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압박 여론에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돌출 문제 발생을 막아야 하기 때문. 내부적으로 북중관계를 전면 재검토하겠지만 북한 핵심권력과 마찰을 빚을 것이 분명한 김정남의 시신 인도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쉽지 않다. 때문에 중국은 유족의 요청을 수용, 의견을 조율하면서 최종 부검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적 판단을 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ㆍ김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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