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 전반 큰 그림으로 대가관계 그려
안종범 수첩 39권 등 물증도 뒷받침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7일 삼성과의 ‘2라운드 영장 전쟁’에서 전세를 뒤집은 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전반에서의 대가 관계를 파고들어간 게 주효했다.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판사는 19시간 가량의 심리 끝에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새로 짜인 범죄혐의 사실’은 2015년 청와대 지시로 인해 국민연금이 정당한 절차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삼성물산-제일모직간 합병을 찬성해 이 부회장을 도운 것을 넘어 합병 이후에도 경영권 승계 마무리 작업에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61ㆍ구속 기소)씨가 공모해 깊숙이 개입했다는 것으로, 법원이 이러한 특검의 논리를 인정한 셈이다. 삼성이 박 대통령과 최씨 측에 433억원이란 막대한 뒷돈(계약금액 포함)을 제공한 것도 이 부회장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넘겨받도록 청와대가 나서 일 처리를 해줬다는 것이다.
특검은 지난달 19일 이 부회장에 대한 1차 영장 기각의 판정패를 당하고 나서 삼성 합병 과정을 넘어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주식 매각 과정 등을 추적하며 삼성과 박 대통령-최씨 간 ‘검은 커넥션’연결고리를 강화하는 데 공을 들였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등을 압수수색해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뒤 신규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삼성 SDI가 매각해야 했던 삼성물산 주식 수를 공정위가 2015년 12월 500만주나 줄여준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 등을 추가로 찾아냈다.
청와대가 결국 이 부회장이 모든 수혜를 입는 조치들을 발벗고 나서 해준 정황은 안종범(58ㆍ구속 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39권에서 상세히 발견된 것도 특검의 ‘뒤집기 한판승’을 이끈 ‘스모킹건’(결정적 증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차 영장 기각보다 뇌물죄의 핵심 구성요건인 ‘대가성’이나 ‘부정한 청탁’의 소명이 탄탄하게 법정에서 제시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안 전 수석의 ‘사초’수준으로 적어놓은 수첩 등에서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2014년 9월 15일(1차 독대)과 2015년 7월 25일(2차), 지난해 2월 15일(3차) 등 적어도 3차례나 따로 만난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사실상 정유라를 위한 승마지원과 최씨 조카 장시호(38)씨가 관여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등을 요구했다. 법원의 영장 발부사유에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를 종합할 때”라고 밝힌 점에 비춰, 특검이 대가관계의 범위를 보다 폭넓게 넓힌 그물망에 뇌물죄가 성립될 만하게 충분히 소명이 되는 자료가 1차 영장 전쟁 패배 당시의 빈틈을 잘 메웠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게다가 국가 행정수반인 박 대통령이 차명폰으로 최순실씨와 570여 차례 연락한 통화내역이 확보된 것도 일정 부분 보탬이 된 것으로 보인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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