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녀 스피드스케이팅을 대표하는 ‘간판’은 이상화(28ㆍ스포츠토토)와 이승훈(29ㆍ대한항공)이다. 둘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며 스타 탄생을 알렸고, 2014년 소치 올림픽 금ㆍ은메달에 이어 2018년 평창 올림픽을 마지막 무대로 삼았다.
문제는 그 이후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이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이상화, 이승훈의 뒤를 이을 스타 탄생에 목말라있다. 여자는 장거리 대세로 떠오른 김보름(24ㆍ강원도청)이 있지만 남자는 좀처럼 두각을 나타낸 이가 없다.
하지만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미래’ 김민석(18ㆍ평촌고)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14년 16세의 나이로 최연소 태극마크를 단 김민석은 중장거리 주자로 초등학교 때부터 출전 대회마다 우승을 밥 먹듯이 했다. 또 지난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월드컵 대회에서는 1,500m와 3,000m, 매스스타트, 팀추월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민석의 상승세는 멈출 줄 몰랐다. 올해 전국동계체전 4관왕에 올라 첫 최우수선수상(MVP) 영예를 안았고, 지난주 평창 올림픽 개최 장소인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ISU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 처음 나가, 개인 최고 기록을 작성하며 세계 수준에 한 걸음 다가섰다. 당시 1,500m에서 1분46초05의 기록으로 5위를 차지했는데 세계 랭킹 3위 조이 맨티아(미국ㆍ1분46초70), 랭킹 5위 패트릭 로스트(네덜란드ㆍ1분46초16)를 뛰어넘은 의미 있는 기록이었다. 동메달을 따낸 스벤 크라머(네덜란드ㆍ1분45초50)와도 단 0.55초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김민석은 “전국체전 MVP를 받았고, 세계선수권에서도 좋은 기록이 나와 기분이 좋다”며 “이 기운을 다음주에 열리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까지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가장 자신 있는 종목을 1,500m로 꼽은 그는 “(이)승훈이 형과 함께 하는 팀 추월까지 금메달 2개를 목표로 삼겠다”고 당차게 포부를 밝혔다.
1,500m 부문은 기록 만으로 볼 때 아시아에서 적수가 없다. 김민석은 2013~14시즌 1분52초77, 2014~15시즌 1분47초46, 2015~16시즌 1분46초87로 매년 기록을 경신했고, 올해 자신의 기록을 다시 한번 갈아치웠다. 지난 세계선수권에서 김민석 다음으로 빠른 이가 나카무라 쇼타(일본)의 1분47초09다. 김민석과는 1초04의 격차다. 김민석은 “1,500m에서 가속력에 자신 있다”며 “처음 스타트 할 때보다 레이스를 할수록 더 속도를 받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석은 쇼트트랙으로 스케이트에 입문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 전향 시점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스피드스케이팅을 시작한 이상화보다 2년 빨랐다. 김민석은 “초등 1학년 때 쇼트트랙을 시작했는데 2학년 겨울에 쇼트트랙 선생님이 직선 주로 연습을 해보라고 해서 스피드스케이팅을 탔다”면서 “그 때부터 스피드스케이팅이 잘 맞아 계속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석은 올 시즌부터 시니어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세계 수준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보완할 부분도 많다. 빙속 전문가들은 “곡선 주로에서 안정된 모습과 달리 직선 주로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다”면서 “레이스 경험도 더 쌓을 필요가 있다”고 진단을 내렸다.
김민석은 “외국 선수들의 스케이팅을 연구하며 배워나가려고 한다”며 “유럽 선수들과 체격 차이가 있으니까 체력을 더 키워야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앞으로 대회 경험이 쌓인다면 레이스도 한층 노련해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평창 올림픽 때 메달권에 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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