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87ㆍ사진)가 금을 팔고 대신 금융주를 산 것으로 드러났다.
15일(현지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지분 공시 자료와 외신 등에 따르면 소로스의 개인 자금을 운용하는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는 지난해 4분기 보유하고 있던 금광주를 팔아 치운 뒤 미국 은행주를 사들였다. 실제로 소로스는 작년 말 세계 최대 금광회사인 배릭 골드의 주식 1,940만주를 모두 처분했다. 소로스가 매각한 배릭 골드 주식의 평가액은 5,500만달러에 달했다. 소로스는 수년간 투자에서 손을 뗐다 지난해 여름 복귀했다. 그가 시장에 되돌아온 것은 향후 글로벌 경제에 어려움이 닥쳐 큰 수익을 낼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소로스는 복귀 후 펀드 매니저들에게 금과 금광회사들의 주식을 사들일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은 시장이 불안한 시기에 주목받는 안전자산이다.
그러나 소로스의 금 투자는 큰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된다. 국제 금값은 트럼프 당선 이후 연말까지 10% 이상 떨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소로스의 투자 손실이 10억 달러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눈길을 끄는 건 소로스가 금을 판 뒤 곧 바로 금융주를 담기 시작했다는 데에 있다. 전 세계 경기와 자산시장에 대해 지극히 비관적인 시각을 드러냈던 그가 전략을 급선회한 셈이다. 자료에 따르면 소로스는 지난해 4분기 뱅크오브아메리카를 390만달러 규모로 매입했다. 또 4분기 말 현재 골드만삭스 지분을 1,490만달러어치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소로스는 금융섹터에 집중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인 ‘S&P 셀렉트 섹터 SPDR 펀드’에도 7,260만달러를 투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도드-프랭크법을 폐지하는 등 금융권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다. 금융 규제 완화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기대가 높아지면서 금융주는 최근 강한 상승세를 연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로스가 금에서는 큰 손실을 봤지만 곧바로 금융주 투자를 통해서 상당액을 만회한 것으로 보인다.
소로스는 페이스북과 타임 워너 등의 주식도 새로 매수했다. 페이스북의 주가는 올 들어 16% 상승했고 T모바일도 6.6%올랐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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