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태 녹음파일 증거 배제 등
최근 속도전 나선 분위기 역력
“1년이고 2년이고 재판할 수 없어”
朴 대통령 출석 땐 일정 유동적
헌법재판소가 오는 24일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 기일로 못박은 것은 앞으로 의미 있는 증언, 증거가 더 나올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여러 증인들이 불출석 의사를 밝히거나 잠적해 변론에 진전이 없는 데다 ‘고영태 녹음파일’ 등 새롭게 제출된 증거도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평의 등을 포함해 결정문 작성 기간이 통상 2주임을 감안하면 탄핵심판 선고는 3월 10일 이전에 선고될 게 확실하다. 헌재가 이날 “3월13일 이전 선고는 박한철 전임 헌재소장의 개인의견일 뿐”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퇴임일(3월13일) 이전 ‘8인 재판관 체제’하에서 탄핵심판 결정을 내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셈이다.
그러나 이 권한대행 퇴임에 따른 재판관 정족수를 염두에 두고, 무더기 증인신청 등 시간 지연을 전략으로 삼아온 대통령 측의 거센 반발이 변수가 될 수 있다. 헌재 심판의 공정성을 앞세워 신속한 심리 진행에 저항해온 만큼 대통령 측의 다각적인 역공세를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이날 대통령 측은 “최종변론을 준비할 시간 여유는 줘야 한다”며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주심 강일원 재판관은 “재판장이 정한 것을 바로 번복하기는 어렵다. 말씀하신 사정을 서면에 적어 제출하면 재판부에서 다시 논의하겠다”며 항의를 차단했으나 대통령 측이 계속 쟁점화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의 헌재 출석도 큰 변수다. 대통령 측이 최근 검토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대통령 출석을 마지막 지연 카드 및 반전 카드로 꺼내 들 경우 24일 최종변론이 유동적일 수 있다. 박 대통령이 피청구인인 만큼 헌재도 시간 조정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가 최근 공정성보다 신속성 즉 속도전에 나선 분위기는 역력하다. 그간 3차례 부른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법정에서 출석요구서를 거부하자, 재판부는 고 전 이사와 류상영 더블루K 부장에 대한 증인신청을 직권으로 취소했다. “재판부가 납득할 수 없는 사유로 불출석하면 증인 신청을 직권 취소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제13차 변론기일(14일)과 제14차 변론기일(16일) 신문이 예정됐던 증인 8명 중 6명이 불출석하자 재판부는 이들의 증인 신청을 취소했다.
이 권한대행은 “국가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돼 국정공백 상황과 그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 2달 이상 지속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1년이고 2년이고 재판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 측 증인 신청을 재판부가 취소했지만, 그 부분들은 간접적이고 지엽적인 부분이어서 나라가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들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헌재의 신속한 심리 진행 의지로 볼 때 돌출변수가 생겨 최종 변론이 24일에서 다소 밀리더라도 ‘8인 체제’ 탄핵심판이 무너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헌재 주변의 시각이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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