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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기이한 평양의 명절

입력
2017.02.1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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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은 2011년 12월 사망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출생 75돌이 되는 날이다. 북한은 2012년부터 이날을 ‘광명성절’로 명명해 김일성 출생일인 ‘태양절’(4월 15일)과 함께 ‘민족 최대 명절’로 기념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김정일 출생 후 5년 단위로 꺾어지는 정주년이어서 기념 분위기 띄우기가 활발했다고 한다. 3대 세습 권력자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이날 0시 당ㆍ정ㆍ군 지도부와 함께 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경의를 표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보도했다.

▦ 전날에는 광명성절 기념 중앙보고대회가 김정은과 당ㆍ정ㆍ군 주요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북한 언론에 비친 김정은의 표정은 굳어 있었지만 행사 자체는 북한주재 외교단과 국제기구 대표 등이 참석하는 등 성대하게 치러졌다.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발생한 그의 이복형 김정남 독살 사건으로 세계가 경악하고 있지만 정작 평양의 분위기는 전혀 딴판인 셈이다. 평양에 지국을 두고 있는 미국 AP통신은 15일 “북한에서는 김정은이 이복형이 있다는 사실조차 아는 이가 많지 않다”는 내용의 기사를 평양발로 전했다.

▦ 북한 당국이‘최고 존엄’에 흠집을 낼 만한 정보를 철저히 통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AP통신의 보도내용이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북한은 아직까지 김정남 독살 사건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은 분명하다. 말레이시아 주재 대사를 김정남 시신 부검 현장에 참관시키고 시신 인도를 강력히 요구했다는 게 이를 뒷받침한다. 이번 사건의 유력한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북한이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로 진상이 드러날 경우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 유력한 용의자로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두 여성이 각각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여권을 소지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아직까지 북한이 직접 개입한 증거는 없는 셈이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북한과의 연결고리가 밝혀질 개연성이 높다. 김정은 정권의 잔혹성과 반인륜성이 또 한 번 악명을 떨치게 되는 것이다. 핵ㆍ미사일 문제와 겹쳐 김정은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은 한층 강화되고 한반도 긴장도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차기 대선 경쟁에 바쁜 여야의 주자들 가운데 누가 이 아득한 상황을 풀어 갈 역량을 갖고 있을까.

이계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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