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찬 PD “학벌만 보고 섭외하는 것 아니다” 해명
“녹화 길어져도 출연자에 정답, 힌트 안 알려줘 사실감”
‘학벌주의를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은 tvN 예능프로그램 ‘뇌섹시대-문제적 남자’ (‘문제적 남자’)가 우여곡절 끝에 방송 2주년을 맞는다.
tvN ‘문제적 남자’는 방송 100회를 맞아 16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 CJ E&M 스튜디오에서 2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각의 비판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문제적 남자’의 이근찬 PD는 “문제 풀이에 흥미를 가질 게스트를 찾다 보니 고학력의 게스트가 많이 출연한 것도 사실”이라며 “주어진 문제를 얼마나 흥미롭게 푸는지, 문제에 대해 고정 멤버들과 얼마나 재미있게 대화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학벌만 보고 섭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문제적 남자’는 수학, 과학, 언어 논술 등 다양한 분야의 문제를 출연자들이 푸는 이색 프로그램이다. 문제 해결 과정을 즐기자는 취지로 머리가 좋기로 소문난 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다. 그러나 초대손님의 지능지수(IQ)나 학력, 시험 성적 등을 강조하고 이력이 뛰어난 출연자를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으로 포장해 시청자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 PD는 “5일 방송에서 프로 바둑기사 최정 7단과 오정아 3단이 출연했다. 늘 ‘엄친아’ 스타만 출연하는 게 아니다”라며 “각자 본인이 맡은 분야에서 최고의 성과를 냈을 때 ‘뇌가 섹시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것 같다. 그런 게스트를 초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고정 출연 중인 그룹 페퍼톤스의 멤버 이장원은 “‘스펙’ 좋은 스타들이 프로그램에 나와 지성을 과시하기보다 오히려 부족한 모습을 드러낼 때가 많다”며 ‘고스펙’이 게스트의 필수 조건이 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방송인 타일러는 “우리가 제일 추구하는 것은 ‘아름다운 풀이’다. 우리가 문제를 틀리고 아쉬워하며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눈여겨봐달라”고 밝혔다.
‘문제적 남자’는 출연진에 톱스타가 없고 퀴즈 형식이라 방영 초반 고정 시청자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날 출연자들은 ‘문제적 남자’가 2년간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로 ‘사실감’을 들었다. 이 PD는 “스튜디오 촬영이지만 버라이어티 못지않게 실제 상황을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녹화 시간이 길어져도 출연자들에게 정답과 힌트를 알려주지 않는다. 한 문제를 3~4시간씩 풀도록 기다릴 때도 있다. 방송인 전현무는 “한 문제를 몇 시간씩 고민하느라 녹화의 끝이 보이지 않아 제작진과 묘한 신경전을 벌인 적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적 남자’는 더 다양한 직군에서 ‘뇌가 섹시한’ 게스트를 발굴할 방침이다. 이 PD는 “좀 더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장을 만들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배우 김지석은 19일 방영되는 100회 특집에 대해 “깜짝 놀랄 만한 게스트가 찾아온다”고 밝혀 기대를 모았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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