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FT “진짜 조작국” 보도에
“IMF 등도 인정 안해” 항의
美, 中ㆍ日 등 관찰대상국 분류
“3조건 모두 해당되는 나라 없다”
한국은 ‘정부 개입’ 기준에 못 미쳐

“한국이야말로 환율조작국이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ㆍ이하 FT)
“한국이 환율조작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국제사회도 인정한다.”(기획재정부)
오는 4월 미국 재무부가 발표하는 환율보고서에서 미국이 어떤 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세계적인 경제전문지 FT가 “진짜 환율조작국은 한국”이라고 보도하자 정부가 즉각 강력 항의에 나섰다.
16일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전날 공동명의로 FT 영국 본사와 일본 지사에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니 신중을 기해 달라”는 항의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에서 외환당국은 “한국이 원화가치 절하를 위해 일방적으로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점은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와 미국 환율보고서도 인정한 사실”이라며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환율조작이 아니라) 고령화와 유가 하락에 기인한다”고 반박했다.
FT는 앞서 지난 13일 ‘환율조작에 대한 트럼프의 분노는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일본의 환율조작을 문제 삼은 것과 관련, “이 문제(환율조작)의 명백한 장본인은 한국, 대만이고 어떤 점에서는 싱가포르”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경상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8%에 이르고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크며 ▦원화가치가 실제보다 저평가됐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현 시점에서 둘 중 누구 말이 맞는지 가리는 건 어렵지 않다. 미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환율보고서를 내는데, 스스로 정한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은 ▦대미 무역흑자 200억달러 이상 ▦GDP 대비 경상흑자 비중 3% 이상 ▦통화가치 절하를 위한 외환당국의 지속적인 시장개입 등 3가지다. 작년 10월 환율보고서에서 미국은 “이 3가지 기준에 모두 걸리는 나라(환율조작국)는 없다”며 대신 일부 조건에 해당되는 중국 독일 일본 한국 대만 스위스 등 6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기재했다.
한국은 이 가운데, 무역흑자와 경상흑자 등 두 조건에 해당되지만 정부의 개입 부분에선 오히려 원화가치를 높이는 쪽의 미세개입을 했다. 행여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까 우려하는 우리 정부가 앞으로도 원화 약세를 유도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현재 미국이 제시한 조건으로 환율조작국에 지정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태다.

이와 관련 김문일 흥국증권 연구원은 “간혹 원화가 약세를 보일 때도 달러강세와 미국의 금리인상 영향이 주 요인이었다”며 “오히려 대규모 양적완화를 통해 일본 정부가 엔화 약세를 초래한 측면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환율조작국 지정은 세 가지 요건을 다 만족시켜야 지정할 수 있다”며 “이를 무시하고 지정하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당하거나 무역분쟁에 휘말릴 가능성 높아, 한국이 조작국에 지정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입장에서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교역규모가 작아 무역분쟁에 휘말려도 별 타격이 없는 한국이나 대만 등 ‘만만한’ 나라를 본보기로 지정할 수 있다는 우려는 계속 존재한다.
일각에선 2015년 일본 자본인 니케이(日經)가 FT의 대주주가 된 점을 들어, “일본 측의 한국 흔들기”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FT의 도쿄 주재기자가 쓴 이 기사는 다분히 일본 입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오해를 풀어주고자 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 기사는 “2011년 이후 일본은 시장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하거나 “한국이 지정학적 위치를 이용해 환율조작국 문제를 벗어나려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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