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긴장 고조될까 걱정”… 한국정부 개입설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으로 말레이시아 교민사회도 술렁였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동요는 아니지만 복잡한 국내 정치 상황과 맞물려 생업에 불똥이 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역력했다.
16일 쿠알라룸푸르 한인회 전 회장인 브라이스 권씨는 말레이시아 매체 더 스타와 인터뷰에서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 있는지도 몰랐다. 뉴스를 보고 상당히 놀랐다”며 “이 곳은 평화롭고 안정된 나라이고 생각보다 여기(교민사회)는 조용하다”고 말했다.
교민이 밀집한 몬키아라 지역에서 만난 한인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몬키아라 플라자 광장에서 만난 한 50대 여성은 “특별히 할 말은 없다”면서도 “여기보다도 한국이 더 시끄러워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그는 “이 문제 때문에 한국과 말레이시아 관계가 악화해 교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은 물론 이곳 교민사회까지 더 시끄러워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분명 있었다. 인근 커피숍에서 만난 한 30대 청년은 “김정남 피살 사건이 한국정부 작품이라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며 “정말 김정은이가 죽인 게 맞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국내 정치 상황을 물타기 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꾸민 자작극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취재를 거부한 한 60대 교민은 “한국 언론들이 멀리까지 와 왜 또 나라를 쪼개려고 하느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현지 북한 사회는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더 스타는 한 북한식당 종업원이 전날 “북한에서 우리는 하나의 가족이다. (그의 죽음이) 슬프다”고 말하면서도 김정남이 해당 식당을 방문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쿠알라룸푸르의 북한대사관 주변도 평소 왕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이날은 커튼까지 모두 치고 침묵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드나드는 차량 탑승자들 역시 입을 굳게 다문 채 취재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시내 북한 식당은 일본 취재진을 포함한 각국 손님들로 가득 찼지만 종업원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 그들에게 쏠린 이목을 의식한 듯 무겁고 어두운 표정이었다.
쿠알라룸푸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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