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아 매일유업 모유연구소장
“모유연구 사례 부족”
소아과 의사에서 연구자로
아기 똥 기저귀 12만건
‘아기똥솔루션’ 앱으로 상담

“국내 모유 수유율은 20~30%에 불과해요. 일하는 엄마들 상당수는 아기에게 모유를 먹일 수 없어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모유 같은 분유가 있다면 그 엄마들의 부담을 조금은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요.”
정지아(49) 매일유업 매일아시아모유연구소장은 이대 목동병원 등에서 소아과 의사로 근무한 뒤 2009년 매일유업에 입사해 모유 연구에만 매진하고 있다. 그가 뒤늦게 모유 연구에 뛰어 든 건 국내 모유 연구사례가 매우 부족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2015년 내놓은 영유아 권장 영양섭취량 기준 등이 담긴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 90년대에 나온 모유연구 논문이 아직까지 사용될 정도였다. 매일유업도 모유 연구를 담당하는 부서가 있었지만, 문헌 연구 중심이어서 전문가가 필요했다.
정 소장은 현재까지 엄마 1만여명으로부터 모유를 받아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비타민 등 약 30가지 영양소 함유량을 조사했다. 그 결과 모유에 아기 눈 안의 황반을 구성하는 ‘루테인’ 성분이 평균 2.5㎍/㎖, 두뇌ㆍ시력 구성성분인 ‘DHA/ARA(아라키돈산)’이 평균 14.5㎎/100㎖ 함유된 것을 국내 처음으로 분석해냈다. 매일유업은 이 결과에 따라 루테인, DHA/ARA 성분 등이 함유된 제품을 지난해 새로 내놓았다.
그는 “분유 업체에서 모유 연구를 하는 게 모순처럼 보이지만, 모유를 알아야 제대로 된 분유를 만들 수 있다”며 “모유 연구를 통해 분유의 영양설계를 어떻게 할까 고민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기의 똥을 통해 아기 건강상태를 파악하는 ‘아기변성진단가’이기도 하다. 아기 똥은 성인과 달리 매우 묽거나 녹색빛도 띠고, 점액성분이 나오는 등 매우 다양하지만, 이를 잘 모르거나 처음 접한 신생아 엄마들은 크게 놀라 병원에 데려가기도 한다. 그래서 그는 2010년 ‘아기똥솔루션’이란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도 만들었다. 엄마들이 아기가 대변 본 기저귀 사진을 올리고, 대변 횟수, 모유수유 여부 등을 입력하면 정 소장과 연구소 전문가들이 상담해주는 것이다. 그는 앱을 통해 지금까지 12만건을 상담해줬다.
그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정 소장은 “분유 거대 시장인 중국 베트남 등의 모유 분석도 시작했다”며 “모유에 함유된 단백질 세부 구성성분을 분석해 유단백질에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품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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