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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될까 극도 긴장… CCTV 교란기 갖고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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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될까 극도 긴장… CCTV 교란기 갖고다녀”

입력
2017.02.1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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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왼쪽)과 김정은.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정남(왼쪽)과 김정은.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피살되기 전 마지막 나날들의 행적이 각국 언론 보도를 통해 속속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보도를 종합하면 김정남은 말레이시아를 정기적으로 방문하며 사업체 투자에 관여하는 등 활발히 활동했지만, 김정은의 집권 이후 신변의 위협을 느껴 경호원을 대동하고 전자제품 오작동 유도기를 소지하는 등 극도로 긴장한 날들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1월부터 귀국을 권고했으나 김정남이 주저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말레이시아 영문언론 더스타는 16일 한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남이 사촌 장영철이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로 재임하던 2010~2013년 정기적으로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장영철이 2013년 말 귀국해 부친 장성택과 함께 숙청된 뒤에는 김정남도 한동안 발길을 끊었다가 2015년쯤부터 다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김정남은 부친 김정일이 사망하기 전까지 현지 북한 대사관의 지원을 받았으나, 김정은이 권좌에 오른 뒤로는 정권 차원의 지원은 끊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 소식통은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정보기술(IT)기업 위주로 투자 활동을 했다고 전했다.

김정남은 2011년 부친 김정일에 이어 2013년 고모부 장성택마저 숨지자 신변의 위협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단골로 방문했다는 쿠알라룸푸르 한인 식당주인 알렉스 황씨는 더스타에 “김정남은 늘 암살 위협을 경계했으며 경호원을 대동하고 다녔다”고 밝혔다. 그는 “김정남이 폐쇄회로(CC)TV를 교란하는 기기를 갖고 있었으리라 믿는다. 그가 다녀가면 CCTV에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는 주장도 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서 인터뷰한 김정남의 마카오 지인 역시 “김정남이 늘 ‘빌린 시간을 살고 있다’고 말하는 등 언젠가는 김정은의 손에 처형당할 것으로 여겼다”며 “2013년 장성택의 사망 이후 더욱 긴장했다”고 말했다.

단 최근에 이르면 김정남이 동남아시아를 홀로 다녔다는 보도도 있다. 이날 말레이시아 중문언론 동방일보(東方日報)는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 많은 사업에 투자하고 있었다”며 “쿠알라룸푸르에선 고급 아파트에 거주했고, 최근 2년 정도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마카오를 경호원 없이 다녔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를 인용한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북한이 중국보다 경호가 느슨한 말레이시아에서 (김정남) 암살 기회를 엿보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중국이 김정남을 버린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산케이(産經)신문은 중국이 김정남을 2000년부터 김정일ㆍ정은 부자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보호해 왔음에도 이번 피살 현장에는 중국 경호팀이 없었던 것을 지적하며 “중국이 김정남 암살 정보를 알면서도 북한과의 관계 복원을 위해 그를 버렸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김정남이 암살되기 직전까지 북한 외교관들과 접촉했다는 보도도 있다. 15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다수의 북한 소식통은 김정은이 국가안전보위성과 라오스에 있는 외교관 등을 통해 김정남에게 북한으로 귀국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밝혔다. 소식통들은 “김정남은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분명한 확답을 주지 않았다”며 이에 김정은이 김정남의 해외 망명을 우려해 서둘러 김정남을 제거하는 작전을 진행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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