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티스 국방장관 “국방예산 권고치 못 미쳐” 최후통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공식 요구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1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본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 다른 회원국들에 방위비 증액을 요청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주요 동맹과의 공식 만남에서 방위비 문제를 제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매티스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나토 회원국들이 연말까지 방위비를 증액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토에 대한 미국의 방위공약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 납세자가 서구 가치의 방어를 위해 불균형한 분담을 하고 있을 순 없다”며 “미국이 동맹관계에 대한 공약을 조정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면 당신의 자본으로 우리의 공통방위에 대한 지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매티스 장관은 이어 “여러분 자녀들의 안전을 당신들보다 미국인이 더 잘 지킬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와 관련, “매티스 장관이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나토 회원국들에 최후 통첩을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정부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유럽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예산 권고치(국내총생산(GDP) 2%)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증액을 요구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8개 나토 회원국 가운데 권고치를 지키고 있는 나라는 미국(3.6%)과 영국, 그리스, 에스토니아, 폴란드뿐이다.
오바마 정권에서는 국내 상황을 이유로 소극적이던 나토 회원국도 이날 회의에서는 태도를 크게 바꿨다. 독일, 네덜란드 국방장관이 매티스 장관의 주장에 일리가 있으며, 이른 시일 내에 방위비 증액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은 “미국 주장이 옳다”며 이번 주말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매티스 장관이 함께 참가하는 뮌헨 안보 회의에서 독일의 구체적 방위비 증액방침을 발표하겠다고 소개했다. 올해 방위비가 GDP의 1%에 불과한 네덜란드도 미국 입장에 동의했다. 제닌 헤니스플라스하르트 장관은 “GDP 2% 기준만 강조하는 건 무리”라면서도 “유럽 회원국들은 즉각 방위비 증액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에서는 매티스 장관의 언급으로 미국 압력이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에도 가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으나, 사정이 다르다는 전망이 더 많다. 특히 한국의 경우 GDP대비 국방비 비율(2.4% 수준)이나 미국 주둔 지원금 규모가 유럽의 나토 회원국 대비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상원 외교위 인준청문회 과정에서 “한국은 미군을 지원하는데 많은 양을 기여하고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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