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오랫동안 견지해온 중동문제 해결 원칙인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지지 표명을 유보했다. 백악관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취임 후 처음 가진 정상회담 자리에서다. 반면 팔레스타인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정착촌 확대 계획에 대해서는 이스라엘 측에 자제를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 정부의 정착촌 확대에 관해 어떤 입장인지를 기자가 묻자 네타냐후 총리에 “약간 물러서달라”고 당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예루살렘과 서안지구에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이 중동평화에 장애물이라는 역대 미국 대통령의 주장에 공감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이 중동평화 해결을 위한 기조정책으로 견지해온 ‘두 국가 해법’에는 한발 물러서는 자세를 취했다. 그는 “나는 두 당사자가 좋아하는 해법을 좋아한다. 한 국가 해법이든 두 국가 해법이든 수용할 수 있다”고 말해 ‘두 국가 해법’에 집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세계 70여개국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중동평화 회담에서 미국은 ‘두 국가 해법’만이 이-팔 분쟁의 해결책이라는 데 동의했다. 양국 정상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 방안 외에 이란 문제,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한 미국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문제도 논의했다. 미국대사관을 옮기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는 의미로 팔레스타인 측의 불만을 사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1967년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점령한 예루살렘의 동부 구역이 자신들의 수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에 찬성하지만 아직 면밀하게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대통령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을 중재하면서 적절한 균형을 취했다. 이스라엘에 대해 긴밀한 관계를 강조하면서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정착촌 확대 같은 평화 노력을 저해하는 행위에는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