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이익을 취하려는 의도를 담은 고영태(41) 전 더블루K 이사, 이성한(46)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의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 내용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 측이 공세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박영수(65) 특별검사팀은 사법처리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탄핵반대 측이 정부예산 횡령과 사익추구 정황을 문제 삼아 수사를 촉구하고, 탄핵 기획설의 근거로 삼는 상황에서 특검 역시 최순실(61ㆍ구속기소) 국정농단사건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셈이다.
특검 관계자는 15일 고영태 녹취록과 관련한 탄핵반대 측 공세에 대해 “우리가 지금 손댈 수가 없다”며 사법처리 배제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고씨 등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이미 녹음파일을 들어보고 확인하는 등 조사를 다 마쳤다”고도 했다. 특검에 앞서 녹취를 검토한 검찰도 “대화 내용이 잡담 수준인데다가 실현되지도 않았다”며 고씨 등을 사법처리 하지 않았다. 이 녹취록은 검찰 수사기록에 담겨 있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가 실현되지 않았다는 표면적인 이유 외에도 특검이나 검찰이 이들에게 사법적 잣대를 들이댈 경우 국정농단 사건 주범의 공소유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고씨 등은 검찰과 특검에 각종 자료와 진술을 제공해 최씨 등 국정농단 사건 주범의 혐의를 뒷받침한 중요 참고인이다. 그런데 이들을 사법처리 하면 향후 최씨 등 주범의 재판 과정에서 진술이 흔들리거나 뒤집힐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을 수 있다.
이 경우는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은 대목이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의 힘을 빌어 개인적 이익을 챙긴 최씨의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이들을 사법처리 하지 못할 일은 아니란 의견도 법조계 내에서 없지 않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적극적 수사의지만 있다면 최씨의 수족과 같았던 이들을 최씨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사기미수 공범 혐의로 얼마든지 사법처리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영태 녹취록’이 검찰과 특검에도 뜨거운 감자인 셈이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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