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銀 ‘계좌유지 수수료’ 도입
KB는 ‘창구 거래 수수료’ 검토
비난 빗발에 고객 이탈 우려
시중은행들 당장은 몸 사리지만
수익 다변화·비용 절감 위해
다양한 형태의 수수료 논의 전망
“저희 은행에선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습니다.”
한국씨티은행이 내달부터 ‘계좌유지 수수료’를 도입하고 KB국민은행도 ‘창구 거래 수수료’를 검토하고 있는 것과 관련, 다른 시중은행들은 하나같이 부정적 입장을 내 놨다. 비판적 여론이 들끓고 고객 반발이 예상되자 선을 긋고 나선 것. 당국도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수수료 수익만 올리는 것은 용인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창구 거래 수수료 도입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5일 본보가 신한ㆍ우리ㆍKEB하나ㆍNH농협ㆍIBK기업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에 씨티은행 식의 계좌 유지 수수료나 국민은행식의 창구 이용 수수료 제도를 도입할지 여부를 질의한 결과, 모두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도입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수수료는 매우 민감한 사항”이라며 “줄이는 것이라면 몰라도 새로 부과하는 것은 고객들 반발이 커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은행은 이르면 올해 안에 은행 거래잔액이 일정 금액 이하인 고객 등이 창구에서 입출금거래를 할 경우 창구거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씨티은행도 내달부터 ‘신규 고객 중 통장 잔액 1,000만원 미만으로 해당월에 창구 거래를 한 경우’ 월 5,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계좌유지 수수료 제도를 시행한다.
새로운 수수료 도입은 2015년 8월 금융위원회가 ‘금리ㆍ수수료는 금융회사의 자율적 결정에 맡긴다’는 내용의 ‘은행 자율성ㆍ책임성 제고방안’을 발표한 뒤 금융권의 잠재적 ‘뇌관’이 돼왔다. 그 동안 은행권에서는 이자에만 매달려 온 은행의 수익을 비이자 부문으로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왔다. 해외 금융회사들에 비해 주요 수수료가 낮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수수료 부과에 대한 고객의 반발,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간섭 등으로 새 수수료를 도입하는 문제는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했다. 대규모 고객 이탈을 부를 수 있어 은행들도 섣불리 단행할 수 없었다.
그러나 3,000만명이 넘는 고객을 보유한 국민은행이 창구 수수료 검토를 공식화한 만큼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수수료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민은행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다’고 물꼬를 트면서 당장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의 다른 은행들도 속으론 주판알을 튕길 것이란 설명이다. 고객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수수료 대신 휴면계좌 등에 부과하는 벌칙성 수수료는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저금리 시대가 장기화하면서 비용 절감이 화두가 된 만큼 은행 입장에서 창구 수수료는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창구 수수료 도입은 사실 창구 방문 손님을 불편하게 해서라도 점포와 인력을 줄이겠다는 포석이다. 국민ㆍ농협ㆍ신한ㆍ우리ㆍ하나 등 5대 은행은 모바일 뱅킹 거래 확대 등을 이유로 이미 2015년 10월부터 1년 동안 지점 177개와 인력 1,678명을 줄였다. 한 은행 고위관계자는 “고객 반발에도 국민은행이 수수료 제도를 도입한다면 다른 은행들도 따라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당국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고객에게 수수료에 대한 충분한 고지가 되고 노인 등 금융 취약 계층에 대한 불편 사항도 없다면 수수료 결정 자율화에 금융당국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며 “다만 소비자에 피해를 야기하면서까지 수수료 수익만 얻겠다면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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