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2명ㆍ남성 4명 등 총 6명
체포된 29세 여성, 베트남 여권 소지
도주 이틀 만에 현장 나타나
신분 세탁한 北 공작원 가능성도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 발생(13일) 이틀 만에 첫 용의자를 체포했다. 경찰은 이 여성을 포함해 또 다른 여성 1명과 남성 4명 등 모두 6명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추적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15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을 통해 발표한 수사 상황 성명에서 김정남 살해 사건과 관련, 이날 오전 8시20분 베트남 여권을 소지한 여성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2청사에서 붙잡았다고 밝혔다. 이 여성은 1988년생(29세)으로 고향이 베트남 북부도시인 남딘이라고 현지 경찰은 설명했다. 체포 당시 ‘도안 티 흐엉(Doan Thi Huong)’이라는 이름이 기재된 베트남 여권을 소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 스리 누르 라시드 이브라힘 수사국장은 현지 매체 더스타 온라인에 “체포된 용의자는 폐쇄회로(CC)TV에 찍혔던 여성이 맞다”며 “북한 및 베트남 외교관들과 함께 이 여성이 베트남 국적자가 맞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여성은 검거 당시 혼자 있었으며 사건 직후 택시를 타고 도주해 현지 호텔에 머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여성이 이틀 만에 현장 부근에 나타난 이유도 현지 경찰은 조사 중이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체포한 용의자가 베트남 여권을 가진 여성이라고 밝혔지만 신분을 세탁한 북한 공작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작원들이 위조여권을 많이 사용한다는 점에서 용의자는 북한인일 가능성이 있다. 위조여권을 소지하고 베트남어를 구사하면서 베트남인으로 위장해 범행을 저질렀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실제 서울올림픽 개최를 방해하기 위해 북한이 저지른 1987년 11월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의 주범 김현희와 김승일도 각각‘하치야 마유미(蜂谷眞由美)’와 ‘하치야 신이치(蜂谷眞一)’라는 일본인으로 위장해 범행을 저질렀다. 실제로 북한이 아닌 다른 국적을 갖고 있지만, 북한에 포섭돼 북한의 지령을 받고 암살을 시도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용의자가 베트남 여성이 맞다면, 북한이 자신들이 직접 행동하지 않은 것으로 위장하기 위해 제3국인을 선택했을 수 있다. 북한 현지에서 훈련시켜 공작을 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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