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휴대폰 보는 건 영장 취지 안 맞아”
재판부 “영장 내용 따지는 자리 아니다” 일축
청와대 “대한민국 검사 3,000명, 특검 아니어도 돼”
특검 “압수수색 대상이 수색 여부 결정하는 꼴”
청와대의 경내 압수수색 불승인 처분을 둘러싸고 박영수(64) 특별검사측과 청와대측이 15일 여러 쟁점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였다.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61)씨와 수백 차례 통화한 사실까지 공개하며 청와대 압수수색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김국현)에서 열린 ‘청와대 압수수색 불허’ 집행정지(효력정지)신청 심문 기일에서 양 측의 신경전은 시급한 조치를 요구하는 집행정지 신청 요건에서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청와대측 변호인은 먼저 “수사 기한이 있어 급하다고는 하지만…”이라며 운을 뗐다. 그는 “(특검이 해체돼도)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걸 무리하게 하려는 건 ‘보여주기 식 수사’의 전형적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특검 측은 “압수수색을 거부하면 침해될 중차대한 공익이 있다”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과 최씨가 차명폰으로 지난해 590차례 통화한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특검측은 “차명폰이 경내에 존재한다는 확신이 있는데 수색을 막으면 국정농단의 실체를 밝히기가 어려워 공익 손해가 막심하다”고 설명했다. 예상치 못한 사실에 당황한 청와대 측이 “휴대폰 통화 기록 보겠다는 건 전체적인 영장 취지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하자 재판부는 이를 배척했다.
양 측은 특검에게 소송을 제기할 원고 자격이 있는지 여부를 놓고도 각을 세웠다. 행정소송은 항고소송(국가와 기관의 처분으로 권익에 침해를 받은 국민이 국가 상대로 제기)과 기관소송(국가 기관끼리 권한 다툼)으로 나뉘는데 국가기관인 특검이 항고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측은 특검이 원고로서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소송 자체를 각하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특검이 항고소송을 택한 건 고육책이었다. 기관소송은 법에 정한 사안에 대해서만 제기할 수 있으나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에 대해선 법률상 언급이 없다. 사실상 법적인 공백 상태에 있는 셈이다. 재판부도 고민인 듯 “법률 공백에 대해 손 놓고 있어야 될지, 법령의 적극적 해석을 끌어내야 할지 숙고해보겠다”고 언급했다.
법원 결정의 효력에 대해서도 공방을 벌였다. 특검 측은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 들이면 청와대의 압수수색 불승인조치가 해제돼 즉시 압수수색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편 반면 청와대 측은 ‘거부’에 대한 효력만 정지된 것이니 압수수색을 다시 승인 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청와대의 압수수색 불승인 근거인 형사소송법 해석을 행정법원에서 하는 게 적절한지도 논란이 됐다.
재판부가 1시간을 넘긴 심리 끝에 이날 밤 12시까지 양측의 최종 의견을 제출토록 요구함에 따라 이르면 16일쯤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불복할 경우 7일 이내 항고할 수 있지만 집행정지 신청은 인용되면 즉시 항고하더라도 효력이 정지되지 않는다. 법원이 특검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이론적으로는 청와대의 항고 의사와 무관하게 압수수색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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