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항공고, 문명고, 오상고
기한연장, 지침변경 등 꼼수 신청 비판도
교육부 보조교재 배포 검토

다음달부터 국정 역사교과서를 시범적으로 사용하게 될 연구학교를 전국 3개 고교만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가 마감시한까지 연장하며 신청을 독려했지만 국정교과서는 결국 학교현장에서 철저히 외면당한 것이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과 각 학교에 따르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마감일인 15일 경북 경산 문명고와 영주 경북항공고, 구미 오상고 등 경북지역 3곳만 연구학교를 신청했다. 17개 시도교육청 중 6곳(서울 부산 세종 광주 경남 강원)은 교육부의 연구학교 신청 공문을 일선 학교에 내려 보내지 않아 아예 신청을 할 수 없었으며, 공문을 내려 보낸 나머지 11개 시도교육청 중 경북도교육청을 제외한 10개 교육청은 이날 오후까지 신청 학교가 단 한 곳도 없었다.
마감 마지막 날 신청한 문명고와 경북항공고, 오상고도 교육부와 경북도교육청의 ‘꼼수’로 겨우 신청하게 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북도교육청은 교육부가 신청기한 연장을 발표한 날(8일) 교원 동의율이 80% 미만인 학교는 연구학교 공모에서 제외하도록 돼 있는 ‘연구학교 운영지침’을 국정교과서 연구학교에는 반영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학교에 보냈다. 대부분 학교들이 교사들의 반발로 연구학교 신청을 하지 못하자 학교장 재량으로 신청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다. 이 덕에 문명고는 당초 교사들의 반대로 연구학교 신청을 포기했다가, 14일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를 열어 안건을 통과시켰다. 문명고 관계자는 “교사와 학부모들의 반대가 심했으나 교장이 학운위원들을 장시간 설득, 표결에서 5대4로 안건이 통과됐다”고 전했다. 항공분야 특성화 고교인 영주의 경북항공고는 절차 논란도 일 전망이다. 이 학교는 지난 13일 연구학교 신청을 논의하기 위해 학운위를 소집했으나 정족수 미달로 학운위를 열지 못했음에도 이날 연구학교를 신청했다.
신청을 막기 위해 학교와 학부모 등이 대치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김천고가 재단의 압박으로 연구학교 신청을 준비 중이라고 알려지자 학부모 40~50여명이 이날 오전 교장을 찾아 반대의견을 표한 후 학교 측의 일방적인 신청을 막기 위해 학교에서 대기했고, 교사 들은 신청 반대 결의문을 냈다. 이날 오후 9시30분 교장이 “신청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후에야 학부모 교사 학생들이 돌아갔다.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연구학교 선정절차를 위반하거나 재단이 학사에 개입한 정황이 있는 학교에는 가처분 신청, 사학법 위반에 따른 법적 조치 등을 적극적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확정된 연구학교 수는 각 시도교육청이 신청 학교에 대한 심의를 끝내는 17일 교육부가 발표할 예정이다. 신청 학교들은 모두 연구학교로 지정돼 3월1일부터 국정교과서로 1학년에게 한국사를 가르치게 된다.
연구학교가 철저히 외면 받자 교육부는 보조교재로 국정교과서를 배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요청하는 학교에 한해 국정교과서를 보조교재로 배포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연구학교 지정 절차가 끝난 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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