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예지중ㆍ고가 졸업사정회와 졸업식을 졸속 추진하다 정상적인 졸업 처리를 요구하는 학생과 교사들의 반발로 파행을 빚었다. 학교장의 절차를 무시한 일방통행식 졸업 처리로, 상급 학교 진학을 앞둔 졸업생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15일 예지중ㆍ고에 따르면 유정복 교장이 이날 오전 10시 졸업식을 치른다고 학생과 교사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가 대부분 참석하지 않아 사실상 무산됐다.
유 교장은 이날 졸업식이 여의치 않자 교무부장에게 “학급별로 졸업장을 수여할 수 있도록 담임들에게 졸업장을 분배하고, 잔여 졸업장은 행정실장에게 주라”는 문자를 보냈다.
학내에선 유 교장의 이날 졸업식장 참석 여부를 놓고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맹현기 교무부장은 “졸업식을 연다고 해놓고 유 교장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학생은 “교장 선생님과 통화해보니 졸업식 참석을 위해 왔지만 반발하는 학생들 때문에 상황이 좋지 않아 조금 있다가 갔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본보는 유 교장과 수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을 받지 않았다.
유 교장은 앞서 무자격 교장 등을 거론하는 졸업사정회를 반대하는 학생과 교사들의 반발 속에서 졸업사정회를 열어 중ㆍ고 전체 졸업생(274명) 가운데 수업료 미납자 7명을 제외한 267명에 대한 졸업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학생과 교사들은 자격도 없는 교장이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사정회를 진행했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맹 교무부장은 “졸업반 담임이 작성한 자료를 토대로 교장과 교무부장, 교사들이 회의를 해 졸업 여부를 결정하는 게 졸업사정회”라며 “교사 상당수가 교장의 자격 문제 때문에 사정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는데 유 교장은 교무부장도 모르는 이상한 자료를 들고 와 혼자 얘기하더니 책상을 몇 번 치고 그냥 가버렸다”고 말했다.
졸업 일정이 파행을 겪으면서 상급학교 진학을 앞둔 학생들이 자칫 큰 피해를 입을 처지에 놓였다. 중등과정 졸업생(129명)들은 당장 17일 고입 검정고시를 접수해야 하는데 졸업 자격이 없으면 고입 시험을 볼 수 없게 된다. 대학 입학을 앞둔 고등과정 졸업생 가운데 90여명은 입학 취소까지 당할 수 있다.
교사와 학생들이 이런 불이익이 예상되는데도 반발하는 것은 교장 자격이 없는 유 교장이 승인하는 졸업은 향후 법적으로 효력을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유 교장이 학생 보호는커녕 자신의 입장에 반하는 학생과 교사들을 경찰에 무차별적으로 고발하는 등 학내 갈등만 키웠다고 불신하는 학생과 교사들도 상당수다.
재단 일부 이사들은 유 교장에게 원만한 해결을 위해 물러날 것을 권유하고 있지만 유 교장이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예지중ㆍ고 학생과 교사들이 참여한 정상화추진위는 이와 관련, 이날 재단 이사의 자택 및 박규선 전 교장 겸 이사장이 다니는 것으로 알려진 교회 앞에서 잇따라 집회를 열고, 학사파행에 대한 사과와 학교 정상화 등을 촉구했다.
한편에선 학교 정상화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수업 거부 등이 빚어지면서 학업 등에 피해를 봤다는 학생들도 있다. 이 학교 한 학생은 “정상화도 좋지만 수업을 못 받게 해 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보조금이 중단돼 월급을 받지 못하는 선생님들 생각은 하지 않느냐”며 “법적으로 따질 건 따지되 학교는 제대로 운영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대전시교육청은 평생교육시설인 예지중ㆍ고의 교장 자격증 필요 여부를 교육부에 문의해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만 내놓으며 학내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예지중ㆍ고정상화추진위 관계자는 “재단은 어차피 소통을 안 하니 그렇다고 해도 교육청에 전화를 해 설동호 교육감과 직원은 학교가 이 지경인데도 나와 보지도 않느냐고 하니까 ‘우리가 나가서 뭘 하느냐’고 했다”고 불신감을 드러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